종전선언 뛰어넘는 평화협정 체결 선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7일 트위터에 올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회동 사진. 폼페이오 장관 뒤쪽으로 미측 통역관과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뒤따르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북측 통역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키 큰 남성)가 보인다.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며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선물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화협정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안이다. 평화협정은 북·미 수교를 향한 마지막 단계다.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의 몇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김 위원장이 가장 원하는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그만큼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절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 면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에 북·미 간 평화협정으로의 신속한 전환이라는 키워드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와 과정을 뛰어넘는 특유의 협상기술을 보여왔다는 점도 이런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화협정(peace treaty)’이라는 말을 직접 꺼냈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동북아 순방의 첫 방문국인 일본으로 향하면서 의미심장한 말들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대화의 목적은 북·미 양측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이 잘돼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남북의 휴전상태를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할 것이며, 중국은 그 일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시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화협정 카드를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엔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고, 중국엔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인정할 테니 북·미 대화를 방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화협정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평양 담판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비핵화 빅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모종의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했던 미 행정부 인사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지난번보다 좋았다”면서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평양 방문의 목적은 비핵화 빅딜 성사가 아니라 빅딜의 마지막 조율작업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걸림돌을 최종적으로 제거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에 대한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이 “2차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시기와 장소에 합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평양 담판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일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난 것에 대해 “대북 대화의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일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재확인했으며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문제, 북·일 관계를 가로막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거론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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