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당일치기 일정으로 방북한 뒤 서울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이번 방북이 지난달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마련된 북·미 대화 불씨를 살리는 데 일단 성공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전 일본을 떠나 평양을 방문한 뒤 오후 5시13분쯤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이어 헬기로 청와대로 이동, 오후 6시56분부터 38분간 문 대통령과 면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참관 문제와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 여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장소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이 열려 큰 성공을 거두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정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키로 합의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2차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하기 위한 실무협상단을 구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중심으로 한 ‘빈(오스트리아) 채널’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대 폐기 작업에 미국 정부가 참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선언할 경우 영변 핵시설 폐기 작업도 조만간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 면담 모두발언에서 “북한 방문은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며 “아직 해야 할 게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북과 곧 있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되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 진전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성과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 ‘한 걸음 진전’ 등의 표현을 쓴 점에 비춰 김 위원장과의 ‘빅딜’ 담판에 성과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지난 8월 말 한 차례 무산된 이후 40여일 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 접견 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만찬 협의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찬 후 트위터에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한국 및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비핵화 전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중국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강준구 권지혜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