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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슬기로운 감방생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바라던 대로 동부구치소에 재수감 돼서 화제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직후 다급하게 마이크를 잡고 비상시를 대비해 병원과 가까운 동부구치소로 가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동부구치소는 서울 가락동에 있던 성동구치소가 지난해 6월 문정동 법조타운 신축부지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이 이곳에 수감돼 있다. 전자개폐형 최신식 빌딩으로 수세식 화장실, 싱크대, TV 등을 갖추고 있다. 환자를 수용하는 병사동 복도는 여름에 에어컨이 가동돼 시원한 공기가 감방 안으로 들어간다. 동부구치소는 수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김 전 실장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동부구치소로 옮겨 달라고 요청해 1년가량 이곳에서 생활했다. 최순실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남부구치소로 옮겼으나 3개월 만에 동부구치소로 다시 옮겼다. 최씨가 법원이 멀다며 옮겨 달라고 요청한 것을 당국이 수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이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한다. 감방 안에서 성경이나 양서를 읽고 집필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물론 식사도 꼬박꼬박, 운동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변호인 접견과 면회도 자주 하고 나름대로 규칙적이고 리듬 있는 생활을 한다. 박지원 의원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운동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기합 소리를 내면서 운동을 하는가 하면 재치 넘치는 말로 수감자들과 교도관들을 웃기곤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울감에 운동할 의욕조차 없는 보통 수감자들과 다른 것 같다.

김 전 실장은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법무부장관에서 물러난 뒤 집에서 매일 아침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2층 서재로 ‘출근’했다고 한다. 지난 8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날 당시에는 검은 양복 차림에 서류봉투를 든 채 건강하고 꼿꼿한 자세로 동부구치소를 나왔다. 그는 변호인 특별접견도 적극 활용했다. 562일 구속 일수(공휴일·주말 제외 378일)중 524번 특별접견을 했다. 특별접견은 일반접견과 달리 별도 공간에서 교도관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변호사를 만나는 제도다. 횟수 제한이 없고 보통 오전 9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하루 종일 해도 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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