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출신인 멍훙웨이(孟宏偉·64·사진)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인터폴) 총재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중국 반부패 당국에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프랑스에서 중국으로 출장을 간다는 말만 남긴 채 종적을 감춘 지 11일 만이다. 국제사회는 유명 여배우 판빙빙에 이어 국제경찰기구 수장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붙잡아가는 중국 당국의 태도에 경악하고 있다.

자오커즈 중국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8일 새벽 공안부 당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멍 총재가 뇌물수수 및 법 위반 혐의로 국가감찰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공안부는 “당위원회는 멍 총재의 위법 행위가 전적으로 개인적 독단에 따라 이뤄졌으며 감찰 조사는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중국 반부패기구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와 국가감찰위는 지난 7일 밤늦게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멍 총재는) 법 위반 혐의로 국가감찰위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멍 총재는 중국 경찰조직인 공안부 부부장 출신으로, 2016년 11월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인터폴 총재에 올랐다. 중국 당국은 멍 총재 재임기간 동안 부패사범 및 정치범 송환을 위해 인터폴을 적극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멍 총재가 비리 혐의로 종신 수감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숙청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멍 총재는 저우 전 상무위원이 공안부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2004년 공안부 부부장에 발탁된 바 있다.

앞서 멍 총재의 부인 그레이스 멍은 인터폴 본부 소재지인 프랑스 리옹에서 남편의 실종 당시 정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레이스에 따르면 멍 총재는 지난달 25일 중국 도착 직후 메신저로 “내 연락을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몇 분 뒤 멍 총재는 다시 칼 모양의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고 이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그레이스는 기자들에게 이 메시지들을 공개하며 멍 총재가 위험에 빠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카메라를 등진 채로 진행됐다. 그레이스와 자녀들은 현재 프랑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인터폴은 멍 총재가 사임 의사를 전해와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인터폴은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온 직후 공개한 성명에서 “멍 총재가 즉각적 효력을 갖는 사임 의사를 밝혀왔다”며 “한국 출신 김종양 부총재가 직무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폴은 11월 18∼21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84차 총회에서 신임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인터폴은 멍 총재와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어떻게 그의 사임 의사를 진짜라고 판단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인터폴은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비밀리에 억류된 인사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여도 되는 건지 의심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