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에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 신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가을 정기세일과 겹친 데 따른 결과여서 축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높다.
롯데백화점은 8일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열린 9월 28일∼10월 7일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9.1%, 5.0% 신장했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백화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가을 정기세일 때 이 정도 매출 상승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정기세일 기간에도 5% 안팎으로 매출 증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국내 대표 쇼핑 관광축제’를 기치로 내건 점을 고려하면 한 자릿수 매출 상승률은 저조한 성적인 셈이다.
올해로 3회째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매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낮은 할인율이 꼽힌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최대 90%까지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10∼30% 정도다. 가격 결정권이 있는 제조사가 아닌 유통업체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주도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라도 정부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제조사들을 독려해 적극 행사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사 참여 업체는 지난해 450곳에서 올해 230여곳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한목소리로 홍보활동 강화와 행사 개최 시기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대한 인지도가 과거보다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편인 데다 선물 수요가 많은 연말에 행사를 진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 동안 백화점을 찾은 국내외 고객 중 상당수가 행사 기간임을 알고 백화점을 찾았다”며 “앞으로 몇 년간 홍보활동을 강화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11월과 12월 백화점 매출이 평균 11∼13% 정도”라며 “이 기간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열린다면 내수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현장의 요구와 반대로 가고 있다.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책정된 정부 예산은 총 34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51억원의 67% 수준에 불과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