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독박가사’와 ‘독박육아’를 개선하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 극복이 어렵다는 데 공감한 아빠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나섰다. 먼저 손들고 나선 이들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수장들과 기업의 대표들이다. 솔선수범해 남성들이 가사와 육아에 대해 분담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와 ㈔함께하는아버지들이 진행 중인 ‘리더들이 앞장서는 일·가정 균형 및 아빠육아 응원 캠페인’에는 현재까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배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 조종묵 소방청장 등 25명이 참여했다. 지난 8월 조 청장은 직접 촬영해 온라인(apjang.fathers.or.kr)에 올린 영상에서 “육아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국의 남성 소방관들은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해 육아와 가사노동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실천 선언문에 서명한 뒤 육아와 가사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 온라인에 게재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목한다. 실천 선언문에는 ‘나부터 일·가정 균형에 앞장서겠다’ ‘직원의 출산과 육아를 최대한 지원하겠다’ ‘아빠의 육아참여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혜준 ㈔함께하는아버지들 대표는 8일 “캠페인은 여성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가사와 육아가 고스란히 출산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육아와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2017년 저출산·고령화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여성들이 평일에 육아를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229분으로 남성(46분)보다 5배나 많았다. 휴일에는 아내가 298분으로 남편(146분)보다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경직된 분위기 탓에 육아휴직제도 등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여성들은 ‘육아휴직을 낼 때 직장 상사 및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이 74.1%에 달했다. 인사혁신처의 ‘2017년도 주요 부처별 육아휴직 사용현황’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남성 육아휴직 평균 사용률이 3.8%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도 대·중소기업 육아휴직 사용현황’에 보면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16.3%, 중소기업은 10.1%로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가정균형 및 아빠육아 응원 캠페인은 양성평등 문화 정착, 가정과 각 부처 및 기업 내 육아휴직 제도 활용 등에 대한 인식 변화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캠페인에 직접 동참한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은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아버지의 가사분담 등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개선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캠페인을 통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로 국민의 인식 전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와 복지부가 후원하는 이번 캠페인은 올해 말까지 진행되며, 국민일보는 캠페인 진행 소식을 계속 전할 예정이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