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다섯 ‘할배’들이 힘차게 뛰어올랐다. 아직 ‘쌩쌩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신 점프를 해댄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보라색 무대 의상을 갖춰 입은 ‘지오아재(G.O.Age)’ 멤버들이다.
다섯 명의 나이 합계는 무려 341세, 평균 나이는 68.2세다. 현역에서 은퇴한 60, 70대 다섯 할아버지로 구성된 중창그룹 지오아재는 노익장을 뜻하는 영어 표현 ‘그린 올드 에이지(Green Old Age)’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이다. 젊은이와 같은 열정으로 노래를 부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혼성 듀엣 ‘바블껌’과 ‘내이름 예솔아!’로 활동했던 전직 가수 이규대(67)씨가 2년 전 직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노래를 하고 싶은 멤버를 모집, 인생 2막을 음악으로 열자며 시작했다. 교회 아마추어 솔리스트로 활동해온 신문기자 출신 맏형 박승호(76)씨, 33년간의 미국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국내에 정착한 분위기 메이커 주정서(67)씨, 어린 시절 품은 가수의 꿈을 부모의 반대로 이루지 못하고 여행업에 종사했던 서준석(66)씨, 공기업에서 정년퇴임하고 40년 동안 교회 성가대를 지휘해온 막내 손종열(65)씨. 이들은 각자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가슴속에 간직한 노래를 향한 꿈을 위해 뭉쳤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15㎡(약 4.5평) 주차장 관리실이 이들의 연습실이다. 다섯 명이 앉기에도 비좁지만 불평보다 감사의 마음이 크다. 지난여름의 무더위도 ‘할배돌’의 연습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주차장 주변에는 항상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마음은 젊음의 패기로 넘치지만 몸과 기억력은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 도전할 수 없다는 절박감과 가족들의 지지가 이들을 일어나게 한다.
지난해 9월 팀 결성 1년4개월 만에 꿈에 그리던 음반도 발매했다. 생전 처음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7만5000원짜리 무대 의상을 입고 철길 공원 놀이터 등을 돌아다니며 ‘어설픈’ 율동도 선보였다.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리더 이규대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노사연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맛있게 익어가는 게 목표지요.”
사진·글=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