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한국 경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다. 침체된 내수경기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기구들은 앞 다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 전망치인 3.0%에서 0.2% 포인트 내렸다. IMF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수정했었다.
IMF가 제시한 위험요인은 ‘무역긴장의 고조’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무역전쟁은 아직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관세전쟁으로 확대돼 전 세계의 평균 관세율이 10% 수준으로 상승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6% 포인트 감소할 것이란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대외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 국내 경제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장기화되면서 제조업 전반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 8월까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IMF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6%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 2.9%에서 0.3% 포인트 낮춘 것이다. IMF는 “경기상황에 따른 통화정책 운용, 재정여력 확충,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 이행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국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세계 경제 흐름과 딴판이다. IMF는 “세계 경제는 2016년 중반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2010∼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미국과 일본 영국 캐나다 등을 비롯한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내놓은 2.4%로 유지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