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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도 없고 지원단장도 없는데 예산은 10억 늘렸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홈페이지의 위원장 소개 코너. 지난 7월 사임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전히 위원장으로 돼 있다.


문재인정부가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70일 넘게 후임 위원장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은 지난해보다 10억원 가까이 늘었는데 위원장 공석 상태가 지속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북방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담당할 기구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현판식을 열고 본격 출범했다. 위원장 외에 당연직 정부위원 5명과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됐다. 대외적으로는 다양한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정부 내에서는 북방 정책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맡았다.

하지만 초대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말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위원장에서 사임했다. 이후 위원장은 공석 상태다. 위원회도 활동이 뜸하다. 홈페이지 ‘위원회 활동’ 코너에는 송 위원장 사임 이후 세미나 개최를 알리는 단 1건의 게시물만 올라와 있다. 각종 활동을 알리던 보도자료는 위원장 공석 상태에서 1건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홈페이지에는 송 의원이 여전히 위원장으로 소개돼 있다. 지원단장은 청와대 통상비서관이 겸하는데, 지난달 이태호 통상비서관이 외교부 2차관으로 임명된 뒤 역시 자리가 비어 있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청와대가 빨리 후임 위원장을 임명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적절한 후임 인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후임으로는 위원회의 특별고문인 정재호 민주당 의원이나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위원장 공석 상태가 지속되면서 예산 집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위원회의 올해 예산은 31억7200만원이다. 북방 주요국과의 교류를 위한 국외여비(7억600만원), 위원회 개최 및 사무실 운영을 위한 일반수용비(6억9900만원), 일반연구비(5억원) 등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1월 2018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과거 유사 목적의 협력 사업의 실적이 저조했던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른 위원회에 비해 국외업무여비가 매우 크다”며 “현장 방문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예산은 22억원이 배정됐는데 실제로는 절반 수준인 11억7300만원만 집행했다. 3억2600만원은 이월됐고, 7억4800만원은 불용 처리됐다.

김판 박세환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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