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각종 지표가 ‘경기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하지만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무역지표에서 향후 ‘경기 하강’을 알리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9일 ‘주요 경제지표로 보는 무역분쟁의 실물경제영향’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각종 지표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실물지표에 차츰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의 ‘글로벌제조업PMI(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달 52.2를 기록해 70개월 연속 50을 웃돌았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을 뜻한다. 다만 세부항목 가운데 수출수주지수는 49.7로 2016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경기 상황을 대변하는 독일의 ‘ifo 기업환경지수’는 지난달 103.7을 찍어 8월 급등에 이어 단기 하락세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반면 세부항목에서 향후 6개월 이후의 전망을 나타내는 무역부문 기대지수는 7월에 -3.5에 머물렀다.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무역부문 기대지수는 최근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표적인 중국의 경우 ‘제조업 PMI’가 지난해 9월 중기 고점에 도달한 뒤 하락 압력 속에서도 50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PMI는 50.8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신규수출수주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인 48로 떨어졌다. 영국의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 부근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런 서베이 지표 외에도 실물지표에도 무역전쟁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한국의 수출감소율이 -8.2%로 당초 예상치(-5.7%)보다 커진 점을 지목하면서 “보호무역과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수출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경기를 둔화시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실적이 ‘탄광 속 카나리아’(불황을 알려주는 신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진정되기보다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선행지수의 악화 흐름이 이어진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수출 기여도가 최근 더 높아지고 있어 수출 둔화 충격이 한층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