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평양 회동’ 결과와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론이 분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NBC방송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밀어붙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암초로 작용할지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세우는 방북 성과는 두 가지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사찰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견 접근이다.
미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중대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이라고 묘사했지만 방북 결과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풍계리와 동창리 사찰 약속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포장’하거나 오래 끌었던 약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5월 24일 폭파 방식으로 이미 폐쇄된 만큼 북한에는 필요 없는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에 “풍계리 합의에서 진정으로 얻은 것은 김 위원장이 허울뿐인 양보를 몇 개월 동안 질질 끄는 기술을 통달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김 위원장이 6개월 전 해체를 약속한 풍계리와 서해(동창리) 문제를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같은 말(馬)을 두 번 판매한 대단한 상술”이라고 평가했다.
앤드리아 버거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풍계리 사찰에 대해 “같은 차(車)를 또 파는 것”이라고 NBC방송에 나와 깎아내렸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액턴은 풍계리 초대를 “조크(joke)”와 “완전한 홍보(pure PR)”라고 꼬집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평가가 박하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파티’에 비유하며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간 것은 파티 준비가 목적이었나”고 비꼬았다.
NBC는 또 북한이 남북 간 경제 협력과 평화선언, 북한의 국제적 위상 고양 등 다른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버는 데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이 외부 사찰단 방북에 합의한 것 등은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핵무기 해체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북한의 다른 핵·미사일 사찰로 이어진다면 비핵화에 대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버거 선임연구원은 “북·미 대화가 사찰 조사관들이 다른 시설에 접근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언제 이뤄질지 등 추가 조치에 대한 질문에 입을 닫은 데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미 언론들은 세부 내용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말 못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