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전자들이 고성능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 대의 차로 평상시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기에 부담 없으면서 속력을 올리고 싶을 땐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차를 원하는 것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고성능차 수요가 늘면서 국내외 업계가 이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를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취미생활을 즐기는 도구로 활용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는 데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 경험이 많아진 데 따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니즈를 파악하고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평상시에 타려면 일반 스포츠카와 달리 4도어에 4인승 이상이어야 하고 적재 공간도 충분해야 한다. 주행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는 조건은 물론 필수다.
‘국산 드림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스팅어’는 고급스럽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겉모습만 봐서는 안락한 세단 같지만 빠르게 붙는 가속도가 운전하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키는 고성능차다. 스포츠카와 세단의 장점을 모았지만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킷 체험 행사를 실시하는 등 마케팅 방향은 명확히 ‘고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일 기아차는 고성능 트렌드를 이어갈 ‘K3 GT’ 라인업도 출시했다.
현대차가 지난 6월 내놓은 준중형 해치백 ‘벨로스터N’도 마찬가지다. 벨로스터N은 기존 모델인 ‘벨로스터’에 고성능 브랜드 ‘N’을 적용한 것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는 6.1초가 걸리고 최고시속 260㎞의 성능을 갖췄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 벨로스터N은 출시 3개월여 만에 계약대수 1000대를 넘어섰다.
안전과 성능을 강조하는 수입차들도 국내 고성능차 시장을 노리면서 잇따라 신차들을 출시하고 있다. 포르쉐는 지난 8월 파나메라 최초의 사륜구동 하이브리드 모델인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포르쉐코리아 측은 “스포츠카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럭셔리 세단의 편안한 주행 성능까지 모두 갖췄다”고 강조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6초가 걸리며 최고시속은 278㎞다.
메르세데스-벤츠는 AMG 모델들을 통해 국내에 고성능 세단을 선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AMG는 국내에서 2016년 2057대, 2017년 3206대가 판매됐다. 내년에는 국내에 ‘AMG GT 4도어 쿠페’가 출시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