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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뿌리 위 가지에 핀 꽃 보이시나요



얼핏 보면 ‘꽃’이라는 글자를 붓글씨로 휘갈겨 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 그림이 담긴 페이지의 왼편에 적힌 이런 글귀를 읽는다면 저 글자의 모양새를 다시 뜯어보게 될 것이다.

“아래쪽에 있는 자음 ㅊ은 땅속으로 뻗는 뿌리입니다. 뿌리 위에 가지가 자라듯 중간에 있는 모음 ㅗ는 자라나는 가지가 됩니다. 가장 위에 있는 자음 ㄲ은 잎사귀와 꽃이 되겠지요. …합해 보면 비로소 소리도 나고 글자도 되고 그 글자 속에 피어나는 꽃도 보입니다.”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에는 저렇듯 한글의 조형미를 드러낸 캘리그래피 작품이 한가득 담겨 있다. ‘멋글씨’로 순화해 쓰기도 하는 캘리그래피의 예술성을 확인케 하는 신간이다. 한글이 무언가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예컨대 ‘해’라는 글자를 쓴 캘리그래피 작품엔 이글거리는 태양이 품은 역동성이 담겼다. ‘봄’이라는 작품은 겨우내 얼었던 땅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1990년대부터 캘리그래피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저자는 드라마 ‘미생’의 제목 글씨나 소주 ‘참이슬’의 글씨를 쓰기도 했다. 책머리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글씨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화도 내고, 또 같이 놀자 합니다.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는 글씨. 이렇게 멋글씨가 말하는 한글 이야기를 들려주고 살아 숨 쉬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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