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겁 없는 ‘하룻강아지’는 한 살짜리(하릅) 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하릅 두릅 사릅 나릅 다습 여습’. 세 묶음의 말들이 닮았지요. 모두 수(數)와 관련된, 한 핏줄 말입니다. ‘하릅 두릅…’은 소나 말, 개 등의 나이를 이르던 말입니다. 하릅은 한 살, 두릅은 두 살….

예전에는 가축을 소중한 재산으로 여겼습니다. 소처럼 일을 시키거나 새끼를 낳는 문제에서 나이는 중요한 부분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나이를 이르는 말도 일상적으로 쓰였을 테고. 짐승을 다루는 사람이 점차 특정화되면서 하릅, 두릅 같은 말이 일반인들 입에서 멀어져 지금은 사라진 듯합니다. 사회현상 변화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예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게 있습니다. 사람도 벌벌 떠는 범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하룻강아지’. 철이 없어 함부로 나대고 덤비는 녀석을 이르는 말이지요. 원래 한 살짜리 개인 ‘하릅강아지’였는데 100년쯤 전부터 발음이 비슷하고, 짧다는 의미를 가진 ‘하루’가 ‘하릅’의 자리를 대신해 굳어진 것으로 짐작됩니다.

보통 난 지 1년쯤 된 개는 천방지축이지요. 짖어대고 물고 뛰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합니다. 어미 뒤나 졸졸 따라다니며 겨우 1년 산 주제에 본 것이나 해본 것이 별로 없으니 무서운 게 무언지 알 턱이 없겠지요.

같잖은 객기에 도를 넘거나 깝죽대는 청춘들도 있지만, 샘솟는 패기와 용기로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하룻강아지’를 들먹이며 낮춰보면 안 됩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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