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대화 무드에 권력 핵심라인서 소외
몇달간 트럼프 독대 못해… 헤일리, 대권 도전설은 일축
후임에 디나 파월 유력… 트럼프 “이방카도 잘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니키 헤일리(46)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올 들어 미국의 대북 정책이 압박에서 대화로 급반전된 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밀려 핵심 측근 라인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음 대선에서 공화당 대권 주자에 도전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북·미 대결 국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맞서 유류 반입 제한 등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이끌어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겉돌면서 헤일리 대사가 사실상 국무장관 역할까지 맡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올 초 북·미 대화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헤일리 대사의 위상이 흔들렸다. 대북 협상을 전담한 폼페이오 장관과 미국 내 초강경 보수 여론을 대표하는 볼턴 보좌관이 안보정책을 주도하면서 그의 존재감은 옅어졌다.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이 유엔에서 북·미, 미·러 등 양자 정상외교로 옮겨가면서 유엔 대사의 비중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백악관과 주유엔 미국대표부 간 엇박자도 돌출됐다. 지난 4월 헤일리 대사가 신규 대(對)러시아 안보리 제재 부과 방침을 밝혔으나 그 직후 백악관이 이를 부인하는 일도 있었다.
헤일리 대사는 최근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할 기회를 얻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일리 대사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정부 관리로서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가 대선 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 대사 활동을 통해 미국 정통 보수의 안보관을 대변하는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딸 메간 매케인은 ABC방송 ‘더 뷰’에 출연해 “헤일리 대사가 2020년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는다면 선거운동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헤일리 대사는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돕겠다”며 2020년 출마설을 일축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현직인 마이크 펜스를 대신해 헤일리 대사를 부통령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헤일리 대사가 경제적인 이유로 사퇴를 결심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헤일리 대사는 2010년부터 8년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주의회 의원, 유엔 대사 등 민간기업보다 급여가 적은 공직생활을 해왔다. CNN방송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의 자녀 한 명은 현재 대학 재학 중이며, 다른 한 명도 몇 년 안에 대학 진학이 예정돼 있다. 대학 학비 마련 차원에서 민간기업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언론 포스트앤드쿠리어는 헤일리 대사의 빚이 110만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의 후임으로는 디나 파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도 거론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방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 해낼 것”이라면서도 “그러면 내가 친족 등용을 했다고 비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