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 애플코리아 페이스북 등 조세회피 의혹을 받아온 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매출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세금은 ‘푼돈’ 수준으로 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실태파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글 등 해외 IT 기업에 대한 합동조사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세금을 회피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합동조사를 하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IT 기업은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는 방식으로 세계 각국이 부과하는 세금을 회피해 왔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도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 신분이라 실적공시나 외부감사 의무가 없다. 매출액을 비롯해 매출 집계 방식, 세금 납부액도 깜깜이다.
정부 압박에도 구글코리아는 이날 매출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국감에 참석한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매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해외 IT 기업의 깜깜이 경영 탓에 이들 기업의 자진 매출신고액과 업계 추정치의 괴리도 크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2600억원을 매출로 신고하고 약 200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플레이 결제액 등을 고려하면 구글코리아의 매출 규모는 3조2000억∼4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감 증인으로 첫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내외 기업 간 망 사용료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망 사용료는 포털 등 인터넷 콘텐츠 기업이 이동통신사에 내는 ‘트래픽 유발 비용’이다. 카카오는 연간 약 350억원을 망 사용료로 내지만 구글 등 해외기업은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다. 김 의장은 지난해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불출석한 일로 국회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KT가 주주총회에 앞서 모의주총을 열고 KT에 불리한 발언을 조직적으로 차단하는 연습을 했다”는 지적에 황 회장은 “제가 삼성에 있을 때는 더 심하게 했다”며 웃어 넘겼다. 이어 “‘스파이칩’ 논란이 있는 중국 슈퍼마이크로사의 서버를 쓰고 있느냐”는 질문에 “해당 서버 57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