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국내 토종 앉은뱅이 밀

앉은뱅이 밀


국내 토종 밀 품종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앉은뱅이 밀’이라고 해서 키가 1m에 달하는 서양 밀보다 50∼80㎝로 작은 품종이 있다. 이 앉은뱅이 밀이 육종학에서 주목받고 있다. 키가 작고 줄기가 튼실하면 많은 낱알을 달고도 쓰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학자들은 키가 작은 앉은뱅이 밀과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교배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이 1905년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조선밀’ 곧 앉은뱅이 밀을 일본으로 들여가 ‘농림 10호’로 육종했다.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는 일본에서 찾아낸 앉은뱅이 밀 계열의 품종을 미국에 가져가 1945년 ‘소노라 64호’라는 품종으로 개량해 보급했다. 이는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해 1억명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세계가 기아에 허덕일 때 노먼 박사는 앉은뱅이 밀로 밀 수확량을 60%까지 늘리는 녹색혁명을 이루었다.

그렇게 동남아시아와 멕시코의 식량문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농학자로서는 사상 최초로 197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결론적으로 기원전부터 재배된 우리나라 토종 밀이 그만큼 뛰어난 유전자를 지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금은 세계 제일의 밀 수출국이 된 미국 밀의 기원이 우리 밀이었다. 이를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지만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들고 밀 소비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쌀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61.8㎏ 이하로 떨어졌고 밀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32.1㎏ 이상 증가했다. 우리는 쌀의 경우 정부 수매제로 100% 이상 자급자족하고 있다.

밀의 경우는 1984년 밀 수매제 폐지 이후 ‘앉은뱅이 밀’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경남지역 농민 활동가들의 각별한 노력에 힘입어 명맥을 지켜오고 있다. 품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 앉은뱅이 밀이 보존되고 부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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