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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벵갈고양이



벵골(bengal)은 인도 동북부 서벵골주(州)와 방글라데시(동벵골)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원래 둘 다 인도에 속해 있었으나 식민통치하던 영국이 1905년 인도를 분할하면서 분리했다. 힌두교도가 많은 서벵골은 인도에 남았고 이슬람교가 많은 동벵골은 파키스탄으로 넘겨졌으나 이후 독립전쟁을 통해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벵갈은 벵골의 영어식 발음인데 벵갈호랑이로 인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용어다. 인도호랑이로도 불리는 벵갈호랑이는 갈색에 검은 줄무늬 털이 있고 덩치가 크다. 주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 대부분이 벵갈호랑이다.

벵갈이란 이름이 붙은 동물 중에 비교적 알려진 것으로는 벵갈고양이가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집고양이와 야생 삵(살쾡이)의 교배로 탄생한 혼혈종이다. 벵골지방과는 직접적 관련은 없고 삵의 학명(Prionailurus bengalensis)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애묘(愛猫)인들에게 반려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벵갈고양이는 맹수로 분류되는 삵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인지 활동력이 왕성하다. 그러나 고양잇과 동물답게 낯선 환경에서는 극도로 민감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벵갈고양이가 지난 10일 느닷없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달 18일 대전의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사살의 문제점을 따지겠다며 데려온 것이다. 김 의원은 퓨마를 데려오지 않은 이유를 “동물도 아무 데나 끌고 다니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벵갈고양이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

국감장에 끌려나온 벵갈고양이는 당황한 듯 보였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낯선 풍경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철창 안을 서성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튀어야 산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본인의 부고(訃告)가 아니라면 언론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게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정가에 떠돌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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