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차별화’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화만이 승부수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문제는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채 ‘차이를 위한 차이’를 만드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한 것은 오히려 단점으로 부각돼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모듈 방식을 도입했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본 G5 이후 LG전자는 차별화보다는 기본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후 나온 G6, V30, G7 등은 이전 LG전자 스마트폰에 비해 신뢰할 만한 제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여전히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는 건 사실이지만 제품을 둘러싼 잡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LG전자가 ‘5개의 카메라’를 강조하고 내놓은 V40은 어떨까. 1주일간 사용해본 V40에 대한 평가는 어떤 관점에서 제품을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경쟁사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후면에 3개, 전면에 2개 있는 카메라는 숫자에서는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지만 사진을 찍는 과정과 결과물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LG스마트폰의 고질적인 문제인 셔터랙은 여전히 완전 해결되지 못한 모습이다. 사진을 쨍하게 만드느라 과하게 샤픈을 넣는 후보정도 여전하다. 경쟁사 제품과 같은 환경에서 동시에 촬영을 하면 좋은 사진을 건질 확률이 적은 편이다. 적당히 좋은 걸 5개 넣느니 확실하게 좋은 카메라를 전·후면에 한 개씩 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경쟁사 제품과 비교 없이 V40에만 오롯이 집중하면 얘기가 다르다. V40은 지금까지 LG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화질 면에서 가장 나은 모습을 보였다. 후면 카메라 3개 중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1200만 화소 일반 카메라는 낮이든 밤이든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이미지 센서 픽셀 크기가 1.4마이크로미터(㎛)로 경쟁사 제품과 같은 크기를 사용한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카메라로 촬영하면 저조도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화각 107도인 16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는 만족스럽다. 화질을 떠나 광각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V40의 매력을 높여준다. 주말에 야외에 나가 V40의 광각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을 때 만족감은 상당하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가 있어야 찍을 수 있는 광각 사진을 스마트폰 하나로 간단하게 찍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차별화된 기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스냅 드래곤 845를 탑재한 V40은 쾌적하게 작동했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사양 게임을 돌려도 발열이 심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후면의 불투명한 재질의 유리 소재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LG전자는 이를 ‘실키 매트 디자인’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안정적인 기본기,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온 카메라 등 V40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V40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고객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제품이다. 모든 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인 만큼100만원 이상의 가격에도 관심을 끌기에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LG전자가 V40과 이후 제품의 성공을 원한다면 장기적인 제품 관리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품 출시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제품 이슈 등에 적극 대응하고 소비자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 LG전자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뿐만 아니라 출시한 제품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에 있다는 점을 경영진이 잊지 않아야 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