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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흉터 최소화·최적의 치료… ‘새삶’ 찾아준다

아주대병원 성형외과 박동하 교수(오른쪽)가 얼굴 한 편에 자리 잡은 거대모반(큰 점)을 제거한 뒤 흉터가 남지 않도록 흉터 교정 성형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아주대학교병원 성형외과 박동하(사진) 교수는 소아 두개안면기형 및 거대모반증 교정, 흉터 제거 성형술 전문가다.

요즘 박 교수의 수술 대기시간은 무려 2년여에 이른다. 매주 월·수요일, 이틀은 종일 수술에 매달리는데도 그렇다. 워낙 까다롭고 품도 많이 드는 수술이라 보통 한 명 수술에 5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주당 2∼6명만 수술이 가능한 까닭이다.

박 교수는 1994년 아주의대 1회 졸업생이다. 1999년 아주대병원 성형외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줄곧 모교 부속병원을 지키고 있다. 의대 졸업 20년만인 2013년, 성형외과 과장 겸 주임교수가 됐다.

1998년과 2011년, 미국 LA캘리포니아주립대병원 성형외과를 잇달아 방문, 헨리 가와모토 교수 연구실에서 언청이(구순·구개열) 등 소아 두개안면기형 교정수술법을 집중 연구했다.

박 교수는 동남아 안면기형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수술을 해주는 다기관 연합 의료봉사 동아리 ‘인지회’의 주요 멤버이기도 하다. 인지회는 해마다 3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의 불우 안면기형 환자들에게 흉터와 기형 없는 새 얼굴을 선물하고 있다. 한 번 봉사를 갈 때마다 현지 안면기형 환자 40∼50명이 새 얼굴을 갖게 된다.

그동안 박 교수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20여 편이다. 대부분 두개안면조기유합증과 교통사고로 함몰된 얼굴을 바로잡아주는 외상 후 변형 교정치료법, 거대모반 제거 및 흉터 교정술에 관한 연구 성과들이다. 현재 대한성형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떤 약이나 치료로 흉터를 없앨 수 있다는 광고 행위는 사기에 가깝다. 흉터 치료는 아무 것도 안 했을 때보다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박 교수가 흉터 치료에 임하는 진료철학이다.

박 교수에게 보기 싫은 흉터가 왜 생기는지, 흉터를 감쪽같이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자존감 떨어트려 사회생활 방해

상처 없이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크건 작건 우리의 몸은 상처를 입고 치유과정을 겪게 돼 있다. 흉터는 그 결과물로 생기는 일종의 후유증이다.

일정 깊이 이상으로 우리 몸에 발생한 상처가 흉터 없이 치유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흔히 대중 약 광고에서 보듯 흉터를 감쪽같이 제거하는 약이나 치료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박 교수는 15일 “현재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흉터 대처법은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불의의 사고로 상처가 났을 경우 최소한의 흉터와 함께 빨리 낫도록 치유의 전 과정을 통제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흉터는 그저 상처 치료 후 남은 흔적쯤으로 여기기 쉬우나 부위에 따라선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얼굴이나 목과 팔다리처럼 신체가 드러나는 부위에 흉터를 가진 이들은 자존감이 떨어져 신체활동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흉터에 구축(拘縮·일정 방향으로 쪼그라드는 현상)이 일어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피부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흉터가 발생하면 그냥 참고 지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병원을 방문,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이유다.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알려진 대로다. 손상 후 지혈이 이루어지고 염증이 발생한 다음 결손부위에 섬유질이 생성되면서 상처가 흉터조직으로 메워지는 순서다.

그러나 이런 피부 리모델링(재형성) 기간에 무슨 이유로 극단적인 흉터조직의 비대화 또는 관절구축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완벽한 흉터 조절이 어려운 까닭이다.

흉터 발생 및 조절엔 개인차 있어

현재 국내 성형외과에서 흉터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치료 전후 상처 관리로 나뉜다.

먼저 상처를 입은 경우 일단 최선의 위생환경에서 잘 낫도록 초기 치료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뜻밖의 사고에 따른 손상의 경우 미리 계획한 듯이 절개나 절제 부위가 깨끗하지 않아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는 주변조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관 손상이나 결손, 손상 당시의 오염 등을 감안해 가능한 한 빨리 오염물질이나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봉합해줘 최대한 빠른 치유를 도모해야 한다. 또 2주 이내 치유를 방해하는 감염이나 이물질, 재(再)손상 등을 없애야 한다.

두 번째는 흉터조직에 의한 피부 변형을 바로잡는 수술요법이다. 우리가 흔히 ‘켈로이드’로 지칭하는 거대 흉터조직, 즉 군살이 형성됐을 때는 수술 외엔 달리 축소시킬 방법이 없다. 따라서 수술 후 같은 흉터가 또 생길 것을 알면서도 칼을 대야 할 때가 있다.

수술은 부상을 입었을 때 주변 조직 손상이 심해서 큰 흉터와 변형이 동시에 생긴 경우에도 필요하다. 물론 흉터가 너무 크거나 여러 갈래로 겹쳐 있을 때는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수술해야 한다.

어려서 입은 크고 깊은 상처 때문에 생긴 흉터는 성장하면서 심한 관절 변형을 동반할 수 있다. 이 경우엔 원상복구가 불가능해지기 전에 수술을 시행, 변형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주의할 것은 사고로 상처를 입은 경우 아무리 예쁘고 깔끔하게 봉합을 해준다고 해도 예상보다 크고 보기 싫은 흉터를 남기기 쉽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처 치유과정이 좀 길고 번거롭더라도 흉터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상처 및 흉터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처 치료 후 흉터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상처 치료 후 관리도 중요

마지막으로 주의할 것은 상처나 흉터 치료 시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나서 한두 달이 지나게 되면 흉터 부위가 되레 더 붉어지고, 더 튀어나오고, 더 넓어지는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바로 상처에 맞춰 우리 몸의 자연치유기능이 작동하는 시기다. 이때가 지나고 나면 흉터는 다시 부드러워지고 주변조직과 비슷한 색을 띠게 되며 더 이상 변화하지 않게 된다.

이렇듯 흉터가 발개지며 단단해지는 피부 재형성 시기에는 피부를 당기는 힘이 최대한 약해지도록 상처 부위를 잘 고정시켜주고 속살이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압박해주는 게 중요하다. 흉터 생성을 완전히 억제할 순 없다고 하더라도 흉터 생성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박 교수는 “어느 경우에도 단박에 흉터를 없앨 순 없다”며 “흉터 치료는 성장기를 제외하곤 조직구축 현상이 완전히 끝난 상황에서 해야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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