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억류 생활을 하던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이 2년 만에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런슨 목사를 백악관으로 불러 기자회견을 여는 등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업적 띄우기에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면서도 한동안 극한 대립을 이어오던 미국과 터키 관계는 회복 국면으로 돌아서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로 브런슨 목사를 초대해 “이 나라를 빛내준 데 대해 축하한다”면서 “당신의 믿음과 힘 덕분에 (수감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석방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브런슨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리들이 자신의 석방에 힘써준 데 고마움을 표시했다. 브런슨 목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 왼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를 짚고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월적인 지혜를 내려 달라”면서 “그를 깎아내리고 비방하는 적들로부터 지켜 달라”고 기도했다. 이 장면은 TV방송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그대로 공개됐다.
브런슨 목사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지지하는 터키 군부 세력의 쿠데타가 실패한 직후인 2016년 10월 터키 당국에 구금됐다. 터키 측은 브런슨 목사가 귈렌 추종세력과 쿠르드 무장조직을 지원하고 간첩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브런슨 목사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8월 터키산 철강 관세를 2배 올리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제재 직후 리라화 가치가 2배 폭등하는 등 경제난을 겪던 터키는 백기를 들었다. 터키 법원은 지난 12일 브런슨 목사의 혐의를 인정해 3년1개월15일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다만 브런슨 목사가 지난 2년간 수감생활을 한 점 등을 고려해 석방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런슨 목사 석방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호재로 보고 있다.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결집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브런슨 목사의 부인 노린에게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참모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 속삭이듯 “나는 답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브런슨 목사의 석방이 자기 공로라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그는 회견 뒤 트위터에 “35년 동안 터키에서 감옥생활을 할 뻔했던 브런슨 목사가 무사히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고 올렸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과 터키가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두고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양국 관리들이 브런슨 목사 석방과 경제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데 합의를 이뤘다는 NBC방송 보도가 법원 판결 직전 나오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브런슨 목사 석방과 귀국을 두고 터키와 그 어떤 거래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인질을 두고 거래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