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 NLL 인정했다”, 그래도 서해평화수역 조성은 먼 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했다’고 밝혔지만 서해 평화수역 조성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 남북 정상이 서해 평화수역 조성에 필요한 해상기준선까지 잡지는 못한 상태다. 더욱이 ‘피로 지킨 해상경계선’으로 불리는 서해 NLL 관련 협상은 자칫 실패할 경우 국민 여론을 들끓게 할 수도 있는 극도로 예민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판문점(선언)부터 이번(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 합의)까지 일관되게 북한이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으로부터 보직신고를 받는 자리에서였다. 군 당국은 그동안 북측이 인정하지 않던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를 남북 공식 합의문에 담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4·27 판문점 선언 2조 2항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라고 돼 있다.

또 평양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3조에도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군 관계자는 14일 “서해 북방한계선이란 표현은 과거 군사 분야 회담에서 얘기만 꺼내도 북측이 경기를 일으켰던 것”이라며 “이런 용어를 공식 합의문에 담았다는 것은 서해 NLL에 대한 북측 태도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판문점 선언 이후 군사회담에서 서해 NLL을 공식 인정한 적은 없다. 지난 6월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 결과를 담은 북측 공동보도문에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대신 ‘서해 열점 수역’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북한은 지난 7월부터 지난달 평양선언 이후까지 20차례 이상 국제상선 공용 통신망을 통해 북측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계선인 ‘경비계선’의 정당성, 유효성을 주장하는 활동을 했다는 보고를 최근 군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선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 합의서에 ‘서해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라는 표현이 공통적으로 들어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은 서해 NLL과 북측 경비계선 사이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라는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측 주장은 남북 정상이 조속히 가동키로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군 당국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한 해상기준선을 잡는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이뿐 아니라 남북이 해주 직항로를 열고 5·24 조치로 차단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남북이 서로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실시, 무력증강 등에 대해서도 협의키로 했다.

민감한 사안이 몰려 있는 만큼 논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예상 밖 협상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부 관계자는 “부담스러운 문제들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면서도 “큰 틀에서 보면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북한에 서해 항로를 일부 열어주는 대신 서해 NLL을 기준으로 한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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