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 진전을 꾀하기 위한 7박9일 유럽 순방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유럽의 정신적 지주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잇달아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유럽이 북한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선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설득을 위한 최대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15일 파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프랑스 동포간담회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유럽연합(EU) 주도국인 프랑스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며 "평화의 한반도가 곧 우리 앞에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국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고, 중·러는 북·미 대화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가 한반도 비핵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미국 내 북·미 대화 반대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점진적인 안보리의 대북 제재 해제도 추진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프랑스 등이 유럽 내 평화 번영을 위해 해온 노력은 현재 한반도에 큰 영감을 제공한다"며 "유럽 통합의 비전을 동아시아에서 실현하려는 노력에 유럽 각국의 지지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하는 것 역시 교황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한 일정이다. 교황의 방북은 유럽 전체에 북한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13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인 교황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한다면 세계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라며 "교황이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낸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김 위원장의 별도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이다.
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평양 방문 당시 5·1경기장 연설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를 표명해야 했고, 평양시민의 호응도 받아야 했고, 우리 국민의 지지도 받아야 했다"며 "하지만 북측은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전적으로 모든 걸 맡겼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는 남북 관계가 그만큼 빠르게 발전했고 신뢰가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내외는 14일 파리 트레지엄 아트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에 참석했다. 방탄소년단(BTS)과 퓨전음악 밴드 블랙스트링, 문고고 등이 다채로운 한국 음악을 공연했다. 문 대통령은 방탄소년단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파리=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