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능력만이 살길… ‘이름값’은 잊어라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해 출전시키겠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데뷔전 승리 후 자신의 선수 기용 원칙을 냉정하게 제시했다. 선발 명단을 짤 때 스타성은 그의 기준이 아니다. 오직 훈련 시간과 경기 중 자신에게 보여준 실력과 재능으로 냉철히 판단한다. 기존에 쌓아 올린 유명세와 명성만으로는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기 어렵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스타가 된 조현우는 김승규와 수문장 자리를 두고 다시금 경합을 벌이고 있다. 조현우는 월드컵에 이어 와일드카드로 뽑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실상 대표팀 붙박이 골키퍼로 예상됐지만, 벤투 감독은 쉽사리 결정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12일 강팀 우루과이를 상대로 조현우 대신 김승규를 내보냈다. 김승규는 이날 안정적 플레이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달 조현우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새 코스타리카전에 출전해 합격점을 받은 김승규는 벤투 감독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김승규는 불과 넉 달 전까지 대표팀 넘버원 골키퍼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당시 주전 골키퍼였던 정성룡을 제치고 선발 출장해 노련하게 플레이하며 찬사를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깔끔한 선방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35번의 A매치에서 32실점만을 내줬다.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도 입증된 만큼 조현우로서도 긴장해야 할 경쟁 상대다.

대표팀 인기 열풍을 몰고 다니는 루키 이승우에게도 선발로 나서는 일은 쉽지 않다. 23세 이하로 구성됐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는 핵심 전력으로 분류됐지만, 벤투 체제 아래서 받은 출전 시간은 단 10여 분이다. 최근 치른 칠레전과 우루과이전에서 연거푸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결장했다. 손흥민과 남태희, 이재성 등 쟁쟁한 선배들이 2선 공격 라인에 위치해 있는 만큼 이승우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원톱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물오른 골 감각을 자랑하는 황의조가 유력한 주전이지만 지동원·석현준도 밀리지 않고 경쟁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공격수 각자의 스타일을 살려서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히며 선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장현수의 기용은 다른 의미에서 벤투 감독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장현수는 지난 월드컵 무대에서 몇 차례 실수한 이후 일부 팬들의 지속적인 비난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장현수는 대표팀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며 그의 필요성을 확신하고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결과로 책임지겠다는 신념이었다. 장현수는 벤투호 출범 후 전 경기에서 안정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이 같은 믿음에 보답했다.

한국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나마와 친선전을 치른다. 어떤 스타 선수가 인정을 받아 경쟁을 뚫고 경기에 나설지, 벤투 감독의 의중은 여전히 알 수 없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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