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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개발 재미 붙이니 게임은 눈에 안 들어와”

삼성전자 인공지능(AI) 해커톤(마라톤회의)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고등학생팀 ‘SEA’의 공동리더 김병준(왼쪽)·이호건군이 지난달 8일 본선대회에서 출품작 시연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첫 참가대회에서 상을 탔더니 자신감이 ‘떡상(크게 올랐다는 뜻)’했죠.”

전국 600개팀이 도전한 삼성전자 인공지능(AI) 경연대회 수상자 중 눈길을 끈 팀은 평균 연령 17.4세인 고등학생팀이다. 이 팀은 신호등의 빨간·초록불을 구별하는 시각장애인용 헤드폰을 만들어 시상대에 올랐다. 팀을 이끈 공동리더 김병준(중동고3) 이호건(경기고2)군은 지난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새벽 1∼2시까지 코딩 공부한 게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군과 이군은 둘 다 소프트웨어(SW) 영재에 가깝다. 김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어 흥행시켰고, 이군은 서울시교육청 영재원의 초등학교 ‘정보 영재’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즐겨하던 김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게임 개발에 빠진 뒤 코딩 독학을 시작했다. 이군은 영재원에서 코딩 기초를 배우고선 책과 인터넷을 보고 실력을 키웠다.

SW 실력자로 자라기까지 재능보다 노력의 공이 더 컸다. 이군과 김군은 여느 고등학생처럼 수능을 준비하면서 남는 시간에 SW를 공부해 왔다. 수능 모의고사 1∼2등급을 유지하면서도 SW 자격증을 여러 개 땄다. 개인 블로그와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도 병행했다.

김군은 “개발에 재미를 들이고 나니 게임하는 건 눈에도 안 들어왔다”며 “그만큼 좋아하니까 SW 공부를 쭉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SW에 푹 빠졌더라도 영화 속 괴짜 프로그래머처럼 음침하거나 사교성이 떨어지는 성격은 아니다. 이군은 “학교에선 다른 친구들처럼 운동과 유튜브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며 “여러 모임의 장을 맡을 정도로 ‘인싸(인기가 많은 사람)’라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둘은 지난 4월 프로그래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의 프로그래밍 노하우를 공유하며 형·동생 할 정도로 친해졌다. 만난 지 3개월째 ‘대회 한번 나가보자’ 해서 도전한 게 삼성 AI 해커톤(마라톤회의)이었다. 이군은 장애인용 AI 헤드폰의 아이디어를 내고 전반적인 작동 모델을 설계했고 김군은 AI에 신호등 식별 및 대화 능력을 학습시켰다.

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특별상을 안겨준 건 머리가 아닌 발이다. 이들이 만든 AI 헤드폰은 AI가 신호등을 감지하고 빨간불인지 초록불인지 인식하는 게 핵심이다.

AI에 신호등이 어떻게 생겼는지, 빨간불과 초록불의 차이를 먼저 학습시켜야 했다. 이군은 “처음엔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사진 3000장을 활용해 학습시키려 했는데, 쓸 만한 사진이 30장밖에 없더라”며 “이걸론 안 되겠다 싶어서 김군과 함께 동네 신호등 사진 300여장을 일일이 찍었다”고 말했다.

둘은 SW 전문가로 인정받는 게 꿈이다. 김군은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고 이군은 “SW 전문회사 취직이 목표지만 그전에 스타트업 창업에 꼭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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