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5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경의선 철도는 이달 하순부터 현지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동해선 철도는 다음 달 초에 착수키로 했다. 남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를,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단장을 맡아 협의했다.
조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철도·도로 공사 착수와 관련해 “(착공식 직후) 착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설계와 정밀조사 등의 과정이 진행된 이후에야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북은 또 이번 회담에서 서해경제·동해관광 공동특구 조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남북 당국은 이를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했으며, 우리 측이 구체적 일정을 세워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서해경제·동해관광 공동특구 연구를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연계해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함께 연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남북은 9월 평양 정상회담의 주요 합의 사항인 ‘판문점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후속 조치를 위한 장성급 군사회담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다.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제 거 작업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군사적 대치관계 종식 방안과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도주의적 교류 문제 협의 일정도 일부 확정됐다. 남북은 오는 22일 소나무 재선충 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등의 산림 분야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한 회담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키로 했다. 전염성 질병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 분과 회담과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복구 및 화상상봉 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은 각각 이달 하순과 다음 달 중에 열기로 했다.
회담에서 남북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경기에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기로 했고,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체육회담을 이달 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기로 했다.
리 위원장은 회담 후 김 위원장 방남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평양 공동선언에 다 발표돼 있다. 합의서와 공동선언에 따라 (논의를) 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오늘 논의하지 않았고, 적절한 시기가 되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산림 분야 분과 회담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별 회담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조만간 진행될 북·미 간 핵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급속히 발전되는 것을 경계하는 미국 측 입장을 고려해 ‘느슨한’ 형태의 합의문만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승욱 기자, 판문점 공동취재단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