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하루 두 차례 서해상 남측 선박을 겨냥해 ‘서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했다’는 발언을 한 뒤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인 이후다. 서해 경비계선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해상경계선으로, NLL 이남 지역을 침범해 그어져 있다.
군 관계자는 15일 “북한 경비정이 14일 두 차례나 국제상선 공용통신망을 통해 남측 선박의 서해 경비계선 침범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5일부터 9월 28일까지 20여 차례 함정 간 국제상선 공통망을 통해 ‘남측 선박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16일간 잠잠했던 북한이 남측에서 북한의 서해 NLL 인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자 다시 경비계선 침범을 주장한 것이다.
북한의 경비계선 침범 주장은 치밀한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 합의서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향후 협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해 경비계선이 유효하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서해 NLL 인정 여부는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조성에 필요한 해상기준선을 잡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남북 군 당국은 9·19 군사 합의를 통해 조만간 가동되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또 해주 직항로를 열고 5·24 조치로 차단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이 서로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실시, 무력증강 등에 대해서도 협의키로 했다.
북한이 서해 NLL을 서해 평화수역의 기준선으로 합의하는 대신 서해 항로를 열거나 그 이상의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 ‘피로 지켜온 해상경계선’인 서해 NLL에 대한 우리 국민 여론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NLL 문제를 부각시켜 올해 급진전된 남북 관계를 깨려고 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북한 경비정을 포함한 북한 선박이 서해 NLL을 침범한 사례는 없다. 서해 NLL 일대 해상 포사격도 지난해부터 중단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북한 함정의 NLL 침범 행위가 중단된 만큼 북한이 NLL의 실체를 완전히 부정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