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사진) 피살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사우디 주가가 14일(현지시간)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번 파문은 또 사우디 왕실이 최근 수년간 야심차게 추진해온 경제개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14일(현지시간) 한때 전일 대비 7%까지 떨어졌다가 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카쇼기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실종된 지난 2일에 비해 무려 9%가 떨어졌다. CNN방송은 리야드 증시의 올해 주가 상승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사우디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카쇼기 암살에 사우디 왕실이 개입한 것이 밝혀지면 엄중한 처벌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급락했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 악화가 사우디의 경제개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사우디 왕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동력을 다변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야심 찬 ‘비전 2030’ 경제개혁 프로젝트를 가동해 왔다. 금융시장을 개혁해 외국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관광 활성화 등 민간 부문을 키우려는 계획이다.
오는 23일 사우디 국부펀드가 주최하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콘퍼런스도 이런 차원에서 개최하는 것이지만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날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이 FII 불참을 선언했다. 앞서 많은 다국적기업도 불참을 통보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건의 결정이 FII 참석 여부를 저울질하는 다른 투자은행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상원에서 미국이 예멘 내전에 참여한 사우디 주도 동맹군에 대한 원조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의 전직 국무부 관리는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9·11테러 이후 가장 크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 정부 성명 발표 이후 급등했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12월물은 14일 한때 전일 대비 1.9% 오른 배럴당 81.87달러에 거래됐다. 유가 전문가인 게리 로스 블랙골드 대표는 “사우디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려 노력했는데 지금은 세계에 그들의 힘을 상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국왕과 방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터키와 협력한다고 했다”며 “나는 즉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국왕에게 보낼 것”이라고 15일 트위터에 적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는 카쇼기가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대한 터키 당국의 수색을 허가했으며, 사우디 국왕은 실종사건을 자체 수사하라고 현지 검찰에 따로 지시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