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광폭 외교 행보에 시동을 걸 조짐이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이달 말쯤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유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김 위원장이 미국 중간선거 전인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방문지로는 수도 모스크바와 극동 지역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가 거론된다. 북·러 간 관례상 실제로 김 위원장의 방러가 성사된다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 보도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초청한 바 있다”면서 “구체적 일정은 외교 경로를 통해 합의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이즈베스티야에 “(김 위원장 방북은) 고위급에서 준비되고 있다”며 “(방북 여부는) 양국 지도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했다는 관측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지난달 8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뒤 “(김 위원장이) 방러를 원하고 있으며 준비가 돼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초에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 전용차 운송에 사용됐던 화물기가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비행한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조율도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다음 달 중순 유럽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 미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회담 장소로는 북한 공관 소재지인 스웨덴 스톡홀름과 스위스 제네바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백악관 참모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치고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북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방중 등 대내외 일정이 쌓여 있어 당분간 방북이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