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유엔사 공식석상 첫 대면… 대화 채널 열렸다

우리 군(가운데)과 북한군(오른쪽), 유엔군사령부의 3자협의체 회의가 16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열리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3자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머리를 맞댄 것이다. 3자협의체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조치 방안을 논의했다. 비무장화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연내 JSA 관광객의 남북 지역 자유 왕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제공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군사분계선(MDL)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권총으로 무장했던 남북의 JSA 경비병력도 비무장 상태로 공동경비를 하게 될 전망이다.

남과 북, 유엔군사령부 3자협의체 회의가 16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처음 열렸다. 3자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머리를 맞댄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다. 국방부는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JSA 지뢰제거 작업 추진 사항을 점검하고, 향후 이행해야 할 비무장화 조치에 대한 실무적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이 9·19 군사 합의로 추진키로 한 JSA 비무장화를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이 논의됐다. JSA 내 화기 및 초소 철수, 경비인원 감축, CCTV 추가 설치 등 감시장비 조정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다.

남과 북, 유엔사는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인 JSA 지뢰제거 등 비무장화 조치에 대한 검증 절차를 추가 회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또 JSA 비무장화 완료 이후의 공동관리기구 구성 및 운영에 대한 논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9·19 군사 합의가 차질 없이 이행되면 올해 안에 JSA 관광객의 남북 지역 자유 왕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JSA 남북 지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다. MDL을 표시하는 콘크리트 턱도 없던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앞서 남북 군 당국은 남측 4곳, 북측 5곳의 초소를 철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다만 월남과 월북을 막기 위해 남측 판문점 진입로와 북측 ‘72시간다리’ 인근에 남북이 각각 초소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JSA 경비 형태도 바뀐다. 남북 각각 35명으로 구성된 경비병력은 비무장 상태로 남북 지역을 오가며 근무하게 된다. 경비병력은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판문점 민사경찰’이라고 표시된 15㎝ 너비의 완장을 왼팔에 착용하게 된다. 과거 JSA에선 MDL 표시 없이 남북이 양측 지역을 오가며 공동 경비·순찰 활동을 했으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부터 남북이 별도의 경비병력을 운용해 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15분까지 열린 회의에 남측은 조용근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육군대령), 북측은 엄창남 대좌(대령급), 유엔사는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 버크 해밀턴 미 육군대령 등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정전협정 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와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열렸다는 의미도 크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한 뒤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과거 북한과 유엔사 간 장성급 회담에서 우리 군이 유엔사 측에 포함돼 참석한 적은 있지만 이때는 3자 대표로 만난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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