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연결 소식에 미 “대북 제재 완전 이행” 견제구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남북이 이르면 11월 말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기로 합의한 직후 미국 국무부는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놨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더딘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제재 완화를 공론화함에 따라 비핵화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제재 관련 발언은 그간 정부 입장과 차이가 있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미국과 공유해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제재 완화를 내세운 것이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 전에라도 북한이 관련 조치를 취하는 데 맞춰 단계적으로 제재를 풀자는 일종의 중재안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16일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관계 개선을 그만두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제재 완화는 남북 사업과 직결돼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2397호)는 북한에 대한 모든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의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했다. 북한 내 건설, 운송 산업은 미국의 독자 제재에도 걸려 있다. 정부는 그동안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및 미 정부와 특정 사업에 한해 제재 면제를 받는 식으로 남북 사업을 진행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이후 남북 협력은 여러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착공식 일정 등을 담은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의 제재들을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며 “모든 국가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핵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남북 협력 사업의 과속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에서 한국 업무를 담당하는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최근 방한한 것도 취임 인사에 더해 제재 공조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은 한·미가 사전에 긴밀히 협의했던 사안”이라며 “미 국무부가 밝힌 원론적 입장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나온 군사합의서와 관련해 ‘미 국무부가 한·미 공조 부족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남북 군사 합의에 대해 충분한 브리핑을 못 받은 상황에서 전화로 여러 질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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