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안양교도소 르포

경기도 안양교도소의 재소자 거실 내부 모습. 1만8700명이 수용된 이곳에는 이런 재소자 거실이 모두 404개 있다. 평균 25㎡(약 7.5평) 크기의 방에 4∼8명이 지낸다. 안양교도소 제공


16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안양교도소.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높은 정문 양옆에 높이 4.5m, 길이 290m의 상아색 담벼락이 늘어서 있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수색대를 지나니 허름한 수감자 사동이 보였다.

국내에서 가장 낡은 교도소. 그 수식에 걸맞게 55년 세월이 사동 곳곳에서 묻어났다. 복도 바닥은 초록색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콘크리트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천장은 키가 170㎝인 기자도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낮았다. 천장에는 가스관, 수도관 등 각종 배관과 전선이 훤히 노출돼 있었다. 배관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양 옆의 철제 지지대가 위태로워 보였다. 교도소 관계자는 “굉장히 낡아 꼭 무너질 것 같죠. 저희도 불안합니다”라며 씁쓸한 농담을 건넸다.

안양교도소는 2014년 대법원에서 재개발 허가가 났다. 하지만 4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주민들이 반발하며 재건축이 아닌 교도소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교도소를 이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2015년 기획재정부가 안양교도소를 포함한 ‘경기 남부법무타운’을 경기도 의왕시에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의왕시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법무부는 1999년부터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안양시에 재건축 협의를 요청했다. 안양교도소 안전등급은 D등급이다. 하지만 안양시는 주민 반발을 의식해 계속 거부했다. 법무부는 2012년 “안양시의 재건축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2014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 반발에 부딪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낙후한 시설과 함께 수용 과밀화도 안양교도소의 문제다. 이는 재소자 인권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안양교도소는 정원이 1만7000명이지만 현재 1만8700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통상 10∼11% 초과해 수용한다고 한다. 교도소에는 혼거실 236실, 독거실 168실 등 모두 404실의 방이 있다. 한 방에 4∼5명이 함께 지내는 셈이다.

이날 둘러본 방은 약 26㎡(약 7.8평) 크기로 재소자 8명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방에 붙어있는 잠자리 배치도는 몸 하나를 겨우 누일 공간만 허락하고 있었다. 방에 붙어있는 화장실은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고 길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재소자들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별도 목욕 공간에서 샤워를 한다. 냉방시설은 선풍기 두 대가 전부였다. 지난해 부산교도소에서는 재소자 2명이 열사병으로 잇따라 숨지는 일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관계자는 “오래된 건물은 전기누전에 정말 취약하다”며 “시설 안전 관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화재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재소자뿐 아니라 교도관 등 교도소 직원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우리에겐 재건축이 가장 좋은 선택지”라며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는데 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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