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스터가 된 장애 소년의 이야기다. 이와노 하비키(16)군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거의 외우지 못했다. 장난감이나 놀이공원엔 전혀 흥미가 없었고, 빈 샴푸 용기나 핸드폰 수집에 열을 올렸다. 부모는 또래에 비해 좀 특이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무렵 교실을 뛰쳐나가는 일이 자주 생겼다.
이때 병원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신체나 정신 발달에 이상이 없지만 뇌 문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거나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어머니는 이 진단을 받은 뒤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한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자신의 육아 방식이나 아들과의 대화 방법이 잘못됐다는 자책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후 이 가족은 하비키군의 장애를 고유한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발 벗고 나선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한다.
중학교 때 자퇴한 하비키군은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되고 2년간 커피 로스팅을 배우며 남다른 미각과 후각으로 재능을 발휘한다. 15세에 커피 가게를 연 하비키군은 “커피 로스터로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저절로 충만해졌고, 장애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됐다”고 고백한다.
하비키군의 자립은 일관된 가족의 지지와 몇몇 교사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교사는 아들 문제로 낙심한 어머니에게 “어머니의 잘못이 아닙니다. 하비키는 하비키가 되면 되는 겁니다”라고 말해줬고, 하비키군의 동생은 형이 뭔가 잘 못할 때 “그걸 못 하니까 하비키 형이잖아. 형밖에 못 하는 게 있으니까 그걸로 됐어”라며 형을 위로한다.
‘열다섯 살 커피 로스터’의 부제는 ‘아스퍼거 증후군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나밖에 할 수 없는 일로’다. 우리가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를 가진 가족이나 친구가 직업을 찾도록 용기를 주는 데 좋은 참고가 될 책이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