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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 “전성기에 찾아온 우울증… 연기하며 행복 느껴” [인터뷰]

영화 ‘배반의 장미’로 첫 주연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손담비. “캐릭터를 하나하나 완성해 나갈 때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는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게 행복하다. 나는 일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배반의 장미’의 한 장면. 왼쪽부터 사채업자에 쫓기는 병남(김인권), 대학 입시 4수생 두석(김성철), 실연의 아픔에 사무친 미지(손담비), 한물 간 시나리오 작가 심선(정상훈). 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손담비’ 하면 열에 아홉은 ‘미쳤어’를 떠올릴 테다. 2008년 공전의 히트를 친 이 곡은 가수 손담비(35)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등받이를 앞으로 돌려놓은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요염하게 춤추는 자태는 뭇 남성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듬해 발표한 ‘토요일밤에’까지 큰 인기를 끌며 가요계에서 그의 입지는 공고해졌다. 명실상부한 전성기였다. 연기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그때였다.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꿨던 그는 첫 드라마 ‘드림’(SBS·2009)에 출연하며 연기에 대한 갈망을 깨웠다.

“그 작품은 제목 그대로 ‘꿈’이 됐죠.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와 흔적도 없이 잊혔으니…. 크게 좌절했었어요. 주연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기초부터 다시 쌓자는 생각을 했죠. 그때부터 분량 같은 건 따지지 않게 됐어요. 연기자로서 저의 시작이었죠.”

영화 ‘배반의 장미’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손담비는 솔직 담백한 속이야기들을 털어놨다. 그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 연극에서 개성 있는 조연으로 활약해 온 그가 주연을 맡은 건 ‘드림’ 이후 처음이다.

18일 개봉하는 ‘배반의 장미’는 우울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다시금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동반 자살을 모의한 세 남자(김인권 정상훈 김성철)와 한 여자(손담비)가 만나 벌어지는 사건들을 유쾌하게 그린다.

손담비가 타이틀롤을 맡았다. ‘배반의 장미’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미모의 여인, 하지만 매번 사랑에 실패하는 이미지 역을 소화했다. 그는 “엄청 떨렸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만 튀면 어쩌나 우려했었는데 다행히 잘 어우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B급 코미디 작품인 만큼 극에서 손담비의 여성성이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장면이 잦다. 가수 시절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그동안 섹시 캐릭터는 일부러 피해 왔다는 그가 이 영화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뭘까.

“섹시 이미지로 노출되다 보면 관객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시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오히려 선머슴 같은 역할들을 주로 해 왔는데, 이번 캐릭터는 유독 욕심이 나더라고요.”

손담비에게도 극 중 인물들처럼 극단적인 괴로움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 ‘미쳤어’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때였다. 매일 1∼2시간 자며 5개씩 되는 스케줄을 기계적으로 소화했고, 체력의 한계에 다다르면서 점차 자신이 누군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모르게 마음의 병이 깊어졌더라고요. 가벼운 감기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우울증이 돼버렸죠. 연기자로 전향하고 나서 여유가 생겼어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고요. 그전에는 이런 행복을 누리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음악을 아예 놓은 건 아니다. 내년 발매를 목표로 신보를 준비 중이다. 손담비는 “무대에 올랐을 때의 희열을 잊지 못한다. 그 짜릿함을 가슴속에 늘 품고 있었는데 다시 용기를 내게 됐다. 두려움과 동시에 기대감이 생긴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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