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를 맞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서 부패 척결을 내건 각계의 숙청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정작업은 군부와 공안,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권력과 돈을 장악했던 세력들을 제거함으로써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날 팡펑후이 전 연합참모부 참모장, 장양 전 정치공작부 주임에 대한 기율·법 위반 혐의를 심사했다.
중앙군사위는 “팡펑후이는 당의 정치규율을 위반하고 뇌물을 수수했으며 거액의 부를 축적했다”며 “상납받은 액수가 크고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지적했다. 장양에 대해서도 당 정치규율 및 청렴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을 거론했다.
이들은 당적과 군적도 박탈됐다. 특히 장 전 주임은 지난해 11월 당국 조사를 받다 자살한 인물이어서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을 한 셈이다.
장 전 주임은 시 주석 체제 출범 후 군 부패의 몸통으로 지목돼 낙마한 궈보슝과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인맥으로 알려졌고, 펑 전 참모장도 궈보슝 파벌로 분류됐다. 쉬 전 부주석은 장쩌민 전 주석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군 실세였다.
최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재인 멍훙웨이의 중국 당국 구금은 시 주석 체제 ‘공안 물갈이’의 완결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첫 중국인 인터폴 총재였던 멍훙웨이는 지난달 중국 출장을 간다고 한 뒤 연락이 두절됐고, 현재는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그는 시 주석 집권 후 숙청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인맥으로 분류된다. 저우융캉은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막강한 권력을 누렸지만 2015년 수뢰 및 권력남용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과거 집권 세력과 인연이 있는 기업인들에 대한 사정작업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규모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투자한 양즈후이 란딩국제개발 회장은 지난 8월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은 지난해 갑자기 사라진 뒤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수감됐다. 중국 법원은 지난 5월 자금모집 사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그에게 징역 18년과 정치권리 박탈 4년을 선고했다. 최근 2심도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재계 거물인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은 지난해 홍콩에서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끌려간 뒤 중국 모처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 회장의 배후에는 태자당(혁명원로 자제 그룹)이 있어 시 주석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나돈다.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 회사를 세운 예젠밍 화신에너지 회장은 올해 초 구금돼 경영권과 주주 권리를 모두 박탈당했다. 하이항 그룹의 왕젠 회장은 지난 7월 프랑스 관광지에서 난간에 올라가 사진을 찍으려다 추락사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어서 그의 사망을 두고 타살 의혹이 일었다.
최근에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과 천이 전 부총리의 아들 천샤오루 등 장쩌민 계열 기업인들이 대거 숙청 대상에 올랐다고 중화권 매체들이 전했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사퇴나 유명 여배우 판빙빙의 탈세 사건 이면에도 모두 덩샤오핑·후진타오 세력과 시 주석 중심의 신세력 간 치열한 권력투쟁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