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남성 A씨는 만성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다. 간염 환자였던 어머니와 외삼촌, 형이 간암으로 사망하자 A씨에게 간암은 ‘걸리면 죽는 병’이 됐다. 평생을 불안에 떨며 살았던 A씨는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살 수 있다는 의사의 강력한 권유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암이 발병했지만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수술 예후가 좋았다. 수술 후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간암은 위암이나 대장암 등 다른 고형암과 달리 뚜렷한 고위험군이 존재한다. 만성B형간염 및 만성C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간경변증 환자다. 국내 간암 환자 90%가 고위험군에 해당될 정도이고, 병기별뿐만 아니라 간 상태에 따라서도 치료방법이 제한될 수 있다. 때문에 고위험군의 경우 암 예방법을 지키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간암 환자 72.3%는 B형 간염을 앓고 있는데 이들은 ‘간경변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간암의 전 단계이자 간암의 주원인인 간경변증은 지방간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게 된다.
B형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통해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 최원혁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치료제가 있지만 B형간염은 없다. 다만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염증 수치를 조절할 수 있다”며 “100% 예방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복용한다면 암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B형간염 바이러스는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수직 감염, 수혈, 성관계에 의한 감염 등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항체가 없는 경우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말하는 지방간은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뉜다. 사실 음주가 원인이 돼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10% 정도지만 간염 환자이면서 음주를 하는 사례가 많아 수치가 절대적이진 않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과 상관없이 비만·당뇨 등이 원인이 되는데, 미국에서는 이것이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 교수는 “간염 환자에게 적정 음주량이라는 것은 없다. 간암 위험 요인이 두 배인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금주해야 한다”며 “이미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진행됐더라도 식습관 조절,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암 예방수칙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간암을 100% 예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감시검사가 필요하다. 간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인데, 간암의 경우 병기와 간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가 달라진다.
최 교수는 “간암은 암의 크기, 개수, 림프절 침범 여부, 타 장기 전이여부를 평가하는 검사법 외에 간경화의 상태를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며 “간경화가 심한 경우 출혈 위험이 있어 조직검사 대신 영상의학적 검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암 치료는 수술, 이식, 고주파열치료술, 간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문제는 간의 상태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 제한된다는 것”이라며, “완치율이 높은 암 절제술, 고주파열치료술의 경우 간경화가 심하면 시행이 어렵다. 다른 치료법도 간이 버틸 수 있는지를 판단한 뒤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가암검진 사업에서는 40세 이상의 간암 고위험군에 대해 초음파검사와 간암표지자 검사인 AFP가 시행되고 있다. 40세 이상에서 간암 발병률이 높아서이기 때문”이라며, “젊은 환자일수록 예후는 더 안 좋기 때문에 연령 조정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젊더라도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꾸준한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갑을관계를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간이 갑이지, 환자가 갑이 아니다”라며, “술을 안 마신다고 해서 간암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군임에도 불구하고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에서 검진을 미루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기적인 검진은 필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