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나노 EUV 개발 완료… 날개 단 ‘파운드리’ 사업

최주선 삼성전자 미주지역총괄 부사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미주사옥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18’에서 삼성 반도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60억 달러를 투입해 가동할 화성캠퍼스 EUV 라인 조감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미세화 핵심 기술인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전 세계 업체 중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애플, 퀄컴 등 주요 고객을 되찾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미주법인(DSA) 사옥에서 ‘삼성 테크데이 2018’을 열어 7나노 EUV 공정 생산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전력 소모는 줄어드는 반면 성능은 향상되기 때문에 미세 공정이 앞설수록 유리하다. 삼성전자의 7나노 EUV 공정은 10나노 공정 대비 전력 소모는 50% 줄어들고 성능은 20% 향상된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 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레이저 광원을 웨이퍼에 쏘는 노광 과정을 거치는데 EUV 공정은 극자외선을 이용해 노광을 진행한다. EUV는 기존 공정에 사용하고 있는 불화아르곤(ArF)보다 파장이 짧아 더 미세하고 복잡한 패턴을 회로에 새길 수 있다. 또 기존에는 미세한 회로를 만들기 위해 노광 공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했지만 EUV 공정은 단계를 줄이는 게 가능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10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도입하려면 EUV 공정이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7나노 EUV 공정 개발을 완료함에 따라 파운드리 분야에서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직접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애플, 퀄컴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최근 몇 년간 애플, 퀄컴 등의 물량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벌여 왔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7나노 공정을 도입해 아이폰XS에 탑재된 애플 A12 바이오닉을 수주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차기 모델도 TSMC가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SMC의 7나노 공정은 불화아르곤을 이용한 것으로, EUV 도입은 내년에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보다 먼저 7나노 EUV 공정을 도입할 수 있게 된 삼성전자로선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말까지 화성캠퍼스에 EUV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2020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EUV 생산 라인을 방문해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초기술 격차를 통해 메모리 분야 1위를 지키고 자동차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확대로 외연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7나노 EUV 공정 도입으로 파운드리 사업이 순항하면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단숨에 2위권으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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