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한국어 어학병’ 출신인 데이비드 스틸웰(사진) 예비역 공군 준장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 지명했다.
스틸웰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지난 7월 수전 손턴 차관보 대행이 물러난 이후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시아를 담당하는 차관보 자리가 채워지게 된다. 그동안 빈자리가 많았던 한반도 라인은 이번 인사로 공석을 모두 메우게 됐다. 인선을 마무리해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협상에 본격 임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스틸웰 지명자 기용으로 해군 대장 출신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 이어 군 장성 출신 인사가 한반도 외교의 요직을 맡게 됐다.
스틸웰 지명자는 35년 동안 공군에서 조종사, 지휘관, 한국어 어학병 등으로 근무했으며 2015년 준장으로 예편했다. 그는 300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가진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스틸웰 지명자는 한국과 중국에 정통한 동북아 전문가다. 백악관은 그가 한국어·중국어에 능통하며 제한적으로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 군사 언어학교에서 교육받은 뒤 한국어 어학병이라는 보직으로 미 공군에 들어왔다. 어학병 때는 한국의 오산기지, F-16 조종사 시절에는 군산기지에서 각각 근무한 경력이 있다.
중국에 대한 전문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베이징의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했다. 예편 후에는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중국전략포커스그룹 소장으로 일했다. 그는 전투기 지휘관으로 주일미군 기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스틸웰 지명자가 해리스 대사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해리스 대사가 태평양사령관이었을 때 스틸웰 지명자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준장으로 함께 일했다.
이들은 ‘대(對)중국 강경파’라는 공통점도 있다. 해리스 대사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최측근 인사라 스틸웰의 발탁으로 폼페이오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대부분의 외교관 출신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로선 인재 풀이 부족한 것도 군인 출신들을 전진 배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