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운행중단 하고 6만명 서울 도심 결의대회… 운행률 지역별로 50∼90%
시민들 반응은 냉담한 편 “카카오도 상생 노력해야” 정부, 횟수 제한 중재안 검토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며 24시간 운행중단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승차거부나 불친절 등 그간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쌓인 일부 시민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4개 단체로 구성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카풀 크루’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자 집단행동에 나섰다. 카카오 카풀은 방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모바일로 연결해주는 합승 서비스다. 운전사를 고용해 승객과 연결시켜주는 우버와는 다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에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카풀 서비스는 합법이다. 운전자는 출퇴근 길에 동승자를 태워 돈을 벌고, 이용자는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대에 비교적 낮은 가격에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이 ‘출퇴근’에 대한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결국 “택시생존권을 짓밟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법망을 피해 자가용 승용차도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만여명의 택시운전사가 모였다.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모(58)씨는 “대기업은 돈 벌고 사용자도 편리할 수 있는데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더 힘들어질 테니 정부가 관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온 이상호(58)씨는 “다른 일하다가 받아주는 데가 없어 5년 전부터 택시운전을 하는데 카카오 카풀이 도입되면 또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오전 4시부터 ‘24시간 운행중단’으로 항의 표시를 했다.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의 택시운행률이 오전 90%, 오후 80%대 후반이었고, 경기도와 인천은 오전 50∼60%, 오후 60∼70%였다고 밝혔다. 다만 퇴근길 일부 직장인은 불편을 호소했다. 조은진(46)씨는 서울역 인근에서 “추워서 일찍 집에 가고 싶은데 택시가 안 잡혀 15분이나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의 집단행동에 시민들 반응은 싸늘했다. 나모(30)씨는 “택시가 갑자기 신호를 ‘예약’으로 바꿔 승차거부를 당한 적이 많다”며 “택시들이 좋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업계와의 협의 없는 서비스 강행은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풀 서비스에 대한 안전 우려도 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계속 협의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거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시 보상이 어렵다는 우려에는 “기존 업체 대부분은 사고 시 2명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에 들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카풀 규제 완화’ 논란과 관련해 이용 횟수를 하루 2회로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근시간대 1회, 퇴근시간대 1회로 이용 횟수를 제한하면 업계가 우려하는 ‘카풀의 택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풀 기사가 택시 기사처럼 전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직업이 있는 경우에만 운전을 허용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40여 차례 협의를 하면서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업계가 ‘카풀 전면 금지’를 강하게 주장해 협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권중혁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