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은 퇴행성 척추질환 진단 및 치료 전문가다. 세계 최다(最多) 척추성형술 시술자로 꼽힐 만큼 비(非)수술 척추질환 치료 경험이 많다.
신 병원장은 1987년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95년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99년까지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조교수를 지냈다. 98∼99년 미국 존즈홉킨스의대를 방문, 척추외과학 분야 세계 석학으로 꼽히는 코스투익 박사로부터 고령자 척추수술법을 익히고 돌아와 국내에 선진 척추성형수술법을 처음 선보였다.
2003년 서울 역삼동에 고령자 척추질환 치료 전문 제일정형외과병원을 개원했으며 2015년 현재의 위치로 확장, 이전했다. 현재 대한정형외과학회와 대한척추외과학회, 대한골절학회의 정회원, 성균관의대 정형외과학교실 외래교수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활짝 편 허리 행복한 인생(2010)’ ‘엄마의 봄날(2017)’ 등 저서도 여러 권이다.
신 원장에게 22일,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계속 척추질환자가 느는 이유와 어떻게 해야 척추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 물어봤다.
4명 중 1명꼴 호소하는 국민병 요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질환으로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수는 모두 1140만여명에 이른다. 한국인 4∼5명 중 1명은 척추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해마다 4000여명이 새로이 척추질환 진단을 받고 있다. 노인성 또는 퇴행성 척추질환이란 말이 무색하게 젊은층 척추질환자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노년기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으로 치부했던 척추질환이 특정 계층의 고민거리가 아니라 국민질환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통증은 요통, 즉 허리 통증이다. 우리 몸의 요추(허리뼈)는 5개로 이루어져 배 쪽으로 볼록하게 휘어있는 모양이다. 이를 ‘요추전만’이라고 부른다. 이런 전만 구조는 외부 충격을 흡수하거나 허리를 원활하게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 착지를 할 때 자연스럽게 다리를 굽혀서 충격을 줄이듯이 허리 역시 부드럽게 휘어져 걷거나 뛰는 동안 뼈가 받을 충격을 분산시켜준다.
그런데 요추부의 불편함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척추 곡선에 일명 ‘일자허리’ 변형이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만한 C자 커브를 이뤄야 할 척추 곡선이 일자로 펴져 외부 충격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하게 되고 그 바람에 척추에 무리가 온 것이다.
허리 각도는 개인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정 수준을 벗어난 일자허리는 병적인 상황으로 치료와 관리 대상이 된다. 일자허리 변형으로 허리뼈의 균형이 무너졌는지 여부는 X-선 검사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자허리, 척추관협착증·허리디스크 유발
일자허리를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다. 증상에 따라 수술이 고려되기도 하지만 척추수술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허리디스크의 90% 이상을 보존적 물리요법과 비수술적 시술만으로 치료할 수 있을 정도다. 척추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과 부정적 인식이 다양한 비수술 요법 개발을 촉진하는 동기로 작용했다.
비수술 척추질환 치료법은 신경성형술과 추간공확장술이 대표적이다. 신경성형술은 약물투여가 가능한 지름 1㎜ 짜리 도관(導管), 즉 특수 카테터를 꼬리뼈 쪽으로 삽입해 환부를 바로잡아주는 치료법이다. 조직간 유착을 방지하는 효소제와 항염증제를 카테터를 통해 주입하는 방법으로 요추부의 염증, 부종, 신경유착 등을 제거한다.
추간공확장술은 추간공(椎間孔) 주변의 비대해진 인대를 일부 절제하고 신경에 엉겨 붙은 염증물질을 떼어내는 시술이다. 추간공이란 서로 다른 두 척추 뼈가 만나는 부위에 생긴 공간으로 신경가지, 동맥, 정맥, 자율신경이 지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추간공확장술로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원리는 막힌 수도관을 뚫는 것과 비슷하다. 오래되어 이물질이 쌓인 수도관을 뚫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으로 세제를 뿌리거나 관을 통째로 교체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때 관 전체를 교체하려면 대공사가 돼 번거롭다. 이럴 때 배수구 쪽 철망 일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막힌 수도관을 뚫으면 간편하다. 추간공확장술도 이와 같이 척추 주변 인대 등을 일부 떼어내는 방법으로 추간공을 넓혀 신경통로기능을 복구해준다.
생활습관 개선 병행해야 완치
신 원장은 “척추질환을 유발하는 일자허리는 잘못된 생활습관의 누적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올바른 수면자세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업무를 보는 현대인은 나이와 관계없이 일자허리 변형이 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한쪽 다리를 꼬는 습관, PC나 스마트폰을 삐딱한 자세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잘못된 수면 습관도 우리 몸의 균형을 깨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수면자세는 일자허리 변형을 더욱 부추긴다.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그로 인해 약해진 근육과 인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척추의 정상곡선을 무너트리기 쉬워서다. 방치할 경우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가 유발된다.
척추에 무리를 주는 대표적 수면 자세는 엎드려 자기다. 자는 동안에도 척추는 S자 모양의 정상 굴곡을 유지하는 게 좋다. 엎드려 자면 척추가 앞으로 구부러지며 척추 곡선이 역으로 꺾이거나 일자 형태가 되어 허리뼈에 무리를 준다. 또한 목을 옆으로 돌리고 자게 됨에 따라 척추가 틀어지고 목뼈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웅크려 자는 자세 역시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 일명 새우잠 혹은 태아 체위라고 하는 자세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수면 자세다. 하지만 자는 동안 허리근육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 척추건강을 해치기 쉽다.
허리에 좋은 수면 자세는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운 자세다. 똑바로 누운 자세는 체중이 고루 분포되고 척추를 바르게 정렬하여 척추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해주는 까닭이다. 베개는 경추의 C자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뒷목 닿는 부분이 조금 높고 머리 중앙은 낮으며 적당히 탄성이 있는 제품이 권장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