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상 한국인의 상위 1.7%, 한국인 평균 자산 17만1739달러
부 증가·불평등 세계 공통 추세
상위 10%가 전체 부 85% 차지
올해 20세 이상의 한국인이 가진 평균 자산은 17만1739달러(약 2억원)로 파악됐다.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한국인은 75만3503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자산과 ‘백만장자’의 숫자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세계 부(富) 보고서’를 19일(한국시간) 발표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을 ‘성장 스타(Growth Star)’라 칭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연평균 자산 증가율(7.2%)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평균치(1.9%)를 크게 웃돈다. 2000년 5만 달러 수준이던 한국인의 평균 자산은 2006년에 그 2배가 됐고,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평균 자산 증가가 모든 경제 구성원들의 형편이 나아졌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부의 평균을 끌어올린 계층이 결국 고액 자산가들이기 때문이다. 자산 순으로 한국 성인을 줄 세울 때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이가 가진 ‘중위 부’는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 6만7934달러였던 중위 부는 올해 6만5463달러(약 7400만원)로 나타났다.
100만 달러를 넘게 가진 한국인은 2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상위 1.7%에 위치한다. 이 숫자는 2023년에 102만명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예측했다. 5000만 달러를 넘게 보유한 한국인 초고액 자산가는 2363명이다. 이 가운데 1억∼5억 달러 보유자는 772명, 5억 달러 이상은 79명이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한국 통계청의 가계조사와 ‘포브스’의 자산가 데이터 등을 참고한 결과다.
부의 증가와 불평등은 세계 공통적 추세다. 세계의 2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자산이 적은 편에 속하는 절반은 그들의 돈을 다 긁어모아도 전 세계 자산의 1%도 구성하지 못한다. 반면 상위 10% 부자는 전체 부의 85%를, 상위 1% 부자는 전체 부의 47.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불평등’이 세계적으로 유별난 정도는 아니다. 한국 상위 1% 부자의 자산은 전체 한국 부의 26% 정도로 집계됐다.
소득 및 부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인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21일 “한국에서는 부의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높고, 최상위 계층으로 갈수록 양자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면서도 “크레디트스위스 통계는 부의 불평등을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부자 국가로 기록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