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고철 대부분이 공항·항만 감시기를 무사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산 방사능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일본산 고철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사례는 모두 16건에 이른다.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세슘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토륨(4건) 코발트(3건) 라듐(2건)이 뒤를 이었다. 특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주된 방사성물질인 세슘137과 원자력안전법상 방사성동위원소인 토륨232가 자주 검출됐다. 이들 제품은 모두 반송됐거나 반송 절차가 진행 중이다.
16건 중 검역 단계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반송 처리된 경우는 12.5%(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공항·항만에서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고 통과한 뒤 사업장 감시기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경우다. 2015년에는 460㎏ 규모의 컨테이너가 검역장비를 무사통과했지만 취급업체인 포스코특수강이 별도 실시한 검사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지난해와 올해 적발된 4건도 모두 공항·항만 감시기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국내 방사능 검역체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원안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국 주요 항만에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해 방사선에 오염된 고철의 국내 유입을 감시해 왔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항(34개) 인천항(28개) 등 전국 공항·항만에 모두 116개의 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활용고철취급자도 의무적으로 방사선 감시기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농수축산물이나 공산품 등 다른 품목도 소관 부처에서 별도로 검역장비를 마련, 각 공항·항만에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박 의원은 “검역 단계에서는 왜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산 고철에서 지속적으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는 만큼 방사선 감시기 설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