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갈등 및 남북 관계 과속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며 참모들을 격려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남·북·미 정상 간 ‘톱다운’ 외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실무진의 우려를 불식시킬 정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럽 순방 직후인 22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낙관적이다. 참모들이 걱정을 말하면 오히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틀에서 맞는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남북 관계는) 사실 진행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기대수준이 너무 높아지는 면도 있지만 솔직히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북·미 무력충돌 위기를 넘어 톱다운 외교로 북핵 국면의 반전을 이끌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취임 후 세 차례, 한·미 정상회담을 다섯 차례나 개최하며 정상 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 문 대통령 외에는 누구도 전체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 간 논의 내용뿐 아니라 국가정보원과 대선을 도왔던 정계·관계·학계 인사들로부터 각국의 분위기 등을 전달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참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유럽 순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한 것은 미국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잇단 제재 완화 요청이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미동맹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미국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절차적으로 좀 다를지라도 가는 방향과 목표가 같기 때문에 (미국은) 우리를 신뢰한다”며 “오히려 우리가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부에서 상당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럽 순방 결과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잘됐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차 방북 당시 많은 합의를 해왔기 때문에 (북·미가) 만날 때가 됐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는 3∼4군데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1월 이후 2차 북·미 회담이 이뤄진다는 건 어디까지나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라며 “확정된 게 아니다. 현재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북·미 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적극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 결정을 언급하며 “서로 의견은 다를 수 있어도 한·미가 행동을 통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이견이 있다고 보도됐던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와 관련해서도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이 지난주 ‘한·미가 충실히 같이 이행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15∼19일 전국 유권자 2505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1.5% 포인트 내린 60.4%를 기록했다. 3주 연속 하락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