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지옥섬 군함도 산업유산 덧칠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야구장 2개 크기의 하시마(端島·군함도). 섬의 해저탄광 갱도 입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곳에서 태평양전쟁 말기 조선인 징용자들이 강제노동을 당했던 사실을 얼버무리고 있다.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19㎞ 떨어진 하시마(端島)는 동서 160m, 남북 480m, 둘레 1.2㎞의 작은 섬이다. 섬 전체를 콘크리트로 둘러친 방파제가 마치 군함처럼 보여 ‘군함도’다. 질 좋은 석탄이 나와 1890년부터 미쓰비시가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작은 섬에 많은 광부를 수용해야 했던 미쓰비시는 1916년 철근콘크리트건물의 아파트를 세웠는데 태평양전쟁 말기엔 노동력 부족을 조선인 징용자들로 채웠다. 일본의 전쟁책임연구 전문가 다케우치 야스토의 조사보고서 ‘나가사키현 탄광에 온 조선인 강제연행’(‘전쟁책임연구’, 2017년 겨울호)에 따르면, 나가사키 일원의 탄광 조선소 등에 약 5만명의 조선인 징용자가 끌려와 있었고 군함도에도 43∼45년 약 800명의 조선인 징용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군함도가 지옥섬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74년 폐광이 된 군함도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군함도 해저탄광 입구’가 2015년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관련 시설 23곳의 구성자산 중 하나로 등록되면서다. 일본 정부는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이 세계유산이 됐다는 것만 강조한다. 지난 15일 현장 방문차 탄 군함도 견학 유람선가이드는 징용자들의 강제노동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군함도 전체가 산업혁명유산이라고 알고 있었다.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은 뒤집어보면 군수산업, 즉 전쟁과 깊이 연계돼 있고 무엇보다 열악한 강제노동의 현장이었다. 군함도도 마찬가지다. 전쟁과 강제노동을 밝히지 않는 산업혁명유산은 회 칠한 무덤일 뿐이다.

나가사키=글·사진 조용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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