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일반

‘공조→창궐’ 또 새로운 현빈, 현빈이어야만 했던 김성훈 [인터뷰]

전작 ‘공조’에 이어 25일 개봉하는 사극 액션 블록버스터 ‘창궐’로 재회한 배우 현빈(왼쪽 사진)과 김성훈 감독. 매서운 겨울 한파 속 진행된 ‘창궐’ 촬영에 대해 두 사람은 “정말 치열하게 임했다. 물론 힘들었지만,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NEW 제공
 
‘창궐’에서 현빈이 연기한 강림대군 이청. 조선으로 돌아온 그는 박종사관(조우진) 무리와 함께 야귀 떼에 맞선다. NEW 제공
 
‘창궐’에서 자신을 공격해 오는 야귀를 검으로 저지하는 이청(현빈). NEW 제공




영화 ‘창궐’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새하얀 도포를 휘날리며 조선판 좀비 ‘야귀(夜鬼)’ 떼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배우 현빈(36)의 자태. 사극과 좀비물을 결합한 이 영화에서 현빈은 전작 ‘공조’(2017)를 연상시킬 만한 현란하고도 멋스러운 액션을 펼쳐 보인다.

두 작품 모두 김성훈(44)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공조’ 촬영 당시 현빈의 헌신적인 성실함에 감명한 김 감독은 제작비 170억원을 투입한 이 대작에 그를 다시 불러들였고,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을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현빈의 연기 인생에서 ‘공조’는 하나의 전환점을 찍어준 작품이었다. 부드럽고 젠틀한 로맨스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게 단단하고 섹시한 남성미가 덧대어졌다. 배우 본인도 “‘공조’를 통해 ‘현빈이 저렇게 몸을 쓸 줄 아는 배우구나’라는 걸 보여드린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배우로서 ‘공조’ 때 느낀 쾌감은 ‘창궐’ 출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는 계속해서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창궐’을 통해 ‘공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도전의식도 있었고요.”

그러나 제안을 받았을 때 곧바로 승낙하진 못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팩션(팩트+픽션)인 데다 판타지적인 설정까지 더해져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웠다. 현빈은 “만화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 감독님과 대화하며 해결점을 찾아나갔다”고 설명했다.

극 중 현빈이 맡은 배역은 청나라에서 자란 조선의 둘째 왕자 강림대군 이청. 야귀 떼가 창궐했다는 소식에 조선으로 돌아온 그는 권력을 틀어쥔 병조판서 김자준(장동건)에 맞서 위기를 헤쳐 나간다. 이청이 중심이 돼 야귀 떼를 소탕하는 것이 중심 플롯인지라 액션 분량이 상당했다.

현빈은 2∼3개월가량 액션 연습에 매진했고, 거의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과정은 괴로운데, 재미있어요. 희한하죠? 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거나 답이 안 나올 때도 있지만 현장에 있으면 그렇게 재미있고 좋아요. 그래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현빈은 12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tvN)을 촬영 중이다. 영화 ‘협상’ 개봉 이후 바로 촬영에 들어가 두 달 넘게 하루도 못 쉬었다는 그다. “지금 목표는 건강에 무리 없이 촬영을 잘 마무리하는 거예요. 드라마 끝나면 좀 쉬려고요. 보시는 분들도 지겨워하실 것 같아서(웃음).”

김성훈 감독에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또다시 현빈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현빈은 본인의 위치에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을 외면하지 않아요. 힘든 내색 없이 끝까지 해내죠. ‘창궐’은 이 친구가 아니면 못 찍을 것 같았어요.”

김 감독은 ‘창궐’이 ‘공조’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고도 털어놨다. 주연배우 현빈뿐 아니라 촬영감독, 무술감독 등 주요 스태프들이 그대로 넘어왔다. 그는 “전작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이번에 채워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현빈도 그 뜻을 모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제게 처음 흥행을 맛보게 해준 ‘공조’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분명히 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생겼어요. 그보다 더 나은 작품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그게 ‘창궐’을 하게 된 원동력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결과와 관계없이 후련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거든요.”

사극과 좀비물의 결합은 새로운 시도이면서 동시에 위험 부담이 큰 도전이었다. 김 감독은 “그런 이질감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동양화에 힘이 살아있는 붓질을 더하면 오히려 모던한 느낌이 나지 않나. 다만 장르적 색채와 묵직한 드라마의 균형을 맞춰야 했다”고 말했다.

“이청이 입고 있는 하얀 옷이 점차 피와 땀, 흙으로 범벅이 되어가는 서사가 중요하다고 봤어요. 세상일에 관심 없던 그가 야귀를 잡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뛰어든 백성들을 만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변화해가는 모습 말이죠. 그런 행동들이 모여 결국 희망으로 나아가는 거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실감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전작들과 달리 유머 코드를 아예 빼버리고 진지함을 택한 건 그래서였다. “절 아는 분들은 당황하세요. 김성훈이 이런 걸 찍었냐고, 작품 하나 잘됐다고 무게 잡는 거냐고(웃음). 하지만 관객들에게 ‘가짜’처럼 보여선 안 됐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극장에 앉아있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빠져서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추구한다”는 김 감독은 “관객들이 ‘창궐’을 보고 어깨가 뻐근해질 정도의 스릴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짜릿한 즐거움과 약간의 먹먹한 기쁨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