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난민과 이민 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그의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000∼1만명에 달하는 캐러밴이 미국으로 향하는 상황에 대해 “국가적 비상사태”라며 “캐러밴을 막지 못한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거나 대거 축소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엄청난 해외원조를 제공하지만 그들은 미국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외원조액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이미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별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워싱턴사무소(WOLA)에 따르면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원조액은 2016년 7억5000만 달러에서 올해 6억1500만 달러까지 감소했다. 오히려 경제 파탄 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 나라에 미국 원조마저 중단된다면 캐러밴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원조 삭감 선언은 캐러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에 중동인과 갱단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캐러밴에서 중동인과 MS-13 등 모든 부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S-13은 남미의 최대 범죄조직이다. 이어 “끔찍한 이민법을 고치는 것에 반대한 민주당 때문에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대해 캐러밴을 취재하는 동안 중동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미 대테러당국 고위관리는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가 캐러밴에 속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CNN은 “이민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정치적 실수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를 도와줬다”며 “그는 지금도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선거유세장에서 캐러밴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중간선거를 위해 세를 모으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