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가 일본어 야키니쿠의 번안어일 수 있다고 했다. 떡볶이가 맛이 없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6)씨는 인터뷰 내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불고기’가 일본어 ‘야키니쿠’를 번안한 것이라고 했는데 ‘친일파’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유명 요리사업가 백종원씨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막걸리 테스트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인데 온라인에서 ‘백종원 저격’이라는 프레임에 걸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황씨를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나 최근 논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후 그가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그는 “24시간 토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그는 불고기 어원과 관련된 자신의 주장은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소설가 이효석이 1939년 ‘여성’에 쓴 글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불고기라는 말이 평안도 방언에서 온 것이라는 국어학자들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도 없이 어디서 들었다는 말을 논문에 쓸 수 있겠느냐. 한국 학자들의 얄팍함이 놀랍다”고 반박했다.
황씨가 언급해 논란이 된 불고기와 떡볶이, 삼겹살 등의 음식은 하나같이 한국의 대표음식이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런 음식들을 문제삼다보니 역풍을 맞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황씨는 “떡볶이나 삼겹살, 김치 등의 음식은 ‘우리 고유의 것’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맛있어한다’는 식의 민족주의가 강하게 투영돼 있다”며 “이 음식들을 맛없다고 할 때 대중들이 화를 내는 것도 음식에 민족주의가 강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누구나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에 대해 ‘맛없을 수도 있다’는 의심 한 조각을 던져놓은 것으로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 한 방송에서 백씨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것도 해명했다. 황씨는 “뚱뚱한 사람이 나와서 설탕을 들이부으며 ‘괜찮아유’라고 하더라”고 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백씨를 저격한 게 아니고 (그가 나온) 방송 제작진을 비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백씨가 뚱뚱하다고 한 것은 신체 표현이며 그 자체가 비난일 수는 없다”며 “만약 당사자인 백씨가 혐오 발언이라고 한다면 사과해야겠지만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논평하는 건 맞지 않는 일”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서 자신을 ‘친일’이라고 깎아내린 것을 언급하자 표정이 굳어지며 목소리가 커졌다. 황씨는 “내가 한 말이나 글 중에 일본 정치나 일본 극우주의 정치를 찬성한 건 하나도 없다”면서 “단지 일본 음식과 한국 음식의 비교를 했을 뿐이다. 그 비교가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이를 친일이라고 부르는 건 과장이고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황씨와의 인터뷰는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인터뷰 전문과 영상은 국민일보 홈페이지와 유튜브 ‘TV국민일보’를 통해 볼 수 있다.
고양=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