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살 일 없어도 놀이공원 가듯 간다는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비트 360’의 ‘서라운드 미디어 존’에 기아차의 고급 패스트백 승용차 ‘스팅어’가 전시돼 있는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방문객들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설치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의 설치작품 ‘루프(Loop)’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렉서스의 브랜드 체험공간 ‘커넥트투’. 넓고 쾌적한 카페 공간과 전시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조성한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 내 자동차 박물관 ‘자이트하우스’ 전경.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캐딜락 하우스 서울’에 마련된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존’에 신동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그룹 슈퍼주니어의 동해 등이 촬영한 캐딜락 화보가 전시돼 있다. 캐딜락코리아 제공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공간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가 ‘공간’에 신경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기도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성능 좋은 차를 갖고 싶어 하지만 그 공간이 주는 느낌도 중요시한다. 같은 브랜드의 차를 타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을 경험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업체들은 자동차의 브랜드 철학이나 이미지를 공유하는 공간과 문화를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자동차업체 중 상설 브랜드 체험관을 통해 공간 마케팅을 처음 시도한 건 현대자동차다. 단순한 차량 전시와 판매를 담당하는 영업점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체험하게 해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현재 서울, 경기 하남·고양뿐만 아니라 러시아 모스크바, 중국 베이징 등 전 세계 6곳에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이 공간에선 브랜드의 역사를 공부하거나 차량제작 과정을 볼 수 있고, 제품을 시승해볼 수도 있다. 나아가 문화공연이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중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연면적 6만3861㎡, 지하 5층∼지상 9층 규모로 설립돼 현대 모터스튜디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4월 개관 이후 1년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국내외 관람객 수는 누적 44만8000여명에 달한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자동차의 탄생과정 및 기능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전시 프로그램과 함께 서비스센터, 레스토랑, 브랜드숍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독일 폭스바겐그룹에서 브랜드 체험관 ‘폭스바겐그룹 포럼’의 총책임자를 맡아 온 코르넬리아 슈나이더(54)를 고객경험본부 내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담당상무로 영입했다. 브랜드 체험,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에 최초의 브랜드 체험공간인 ‘비트(BEAT) 360’을 열었다. 570평 규모로 지어진 비트 360은 카페, 가든, 살롱 등 각기 다른 테마의 공간들을 원형 트랙에 이어서 배치하고 트랙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체험하게 된다.

쌍용차는 충북 제천에 오토캠핑 빌리지를 열었다. 쌍용차를 대표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캠핑을 다니는 고객들에게 브랜드 체험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캠핑장이란 공간을 떠올리면 동시에 쌍용차 브랜드를 떠올리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해외 업체들의 공간 마케팅 역사는 우리보다 훨씬 더 길다. 공간 마케팅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독일 폭스바겐의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다. 지난 2000년 독일 북동부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 축구장 30개 크기(25㏊)의 거대한 자동차 도시를 건설한 폭스바겐은 연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폭스바겐은 600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자해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옮겨 놨다. 명물인 주차타워와 자동차 박물관, 카디자인 스튜디오, 오프로드 시승코스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최고급 호텔인 리츠 칼튼 호텔이 아우토슈타트 내에 자리하고, 스위스의 유명 외식업체인 뫼벤픽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만 9개가 있어 즐거운 휴식과 식도락을 보장한다. 개장 이후 약 4000만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온 고객들이 연간 15만대 이상의 차량을 이곳에서 직접 가져간다. 고객들은 가족의 구성원을 맞이하듯이 차량을 인도받는다. 부모와 함께 이곳에 방문한 아이들은 자연스레 충성도 높은 미래의 고객이 된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 경험과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 브랜드 체험 공간을 여는 일도 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캐딜락은 지난 8월 서울 강남구에 ‘캐딜락 하우스 서울’을 열었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철학인 ‘아메리칸 럭셔리’를 경험하게 하는 게 목표다. 이곳에서 캐딜락은 자동차 전시와 시승은 물론 브랜드 감성을 담은 문화예술 행사도 진행한다.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존’에는 여러 분야 예술가들이 독일의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를 사용해 세계 곳곳에서 캐딜락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1999년 도쿄 인근 오다이바에 ‘메가웹’이라는 자동차 체험관을 열어 공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이곳은 여행객들의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자동차에 문화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취지로 2014년부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커넥트 투’라는 렉서스 브랜드의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 중이다. 차량 전시는 물론 도서기부 캠페인, 재활용품을 활용한 디자인 클래스 등도 연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경영철학을 보여주듯 이곳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료와 디저트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식재료로 만들어지며 커피 찌꺼기는 사회적 기업에 보내 버섯농장 비료로 사용한다. 지난달 누적 방문객 135만명을 돌파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