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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를 함께 한 한반도 화교 이야기



이 책에서 독자의 마음을 쿡 찌르는 대표적인 내용을 꼽자면 행간에 담긴 이런 질문일 것이다. ‘우리는 재일동포가 일본 사회에서 겪는 차별엔 분개한다. 그런데 왜 그 많은 화교들이 한국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한 처사엔 관심조차 없는가.’

‘화교가 없는 나라’는 바로 저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려주는 신간이다.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인 저자는 기자로 일하던 1999년 국내에서 화교가 크고 작은 차별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년 가까이 이 문제에 천착했다고 한다. 책에는 그가 취재한, ‘짱깨’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신산한 삶을 살았던 ‘한반도 화교’의 이야기가 빽빽하게 담겨 있다.

우선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실감하게 되는 부분은 화교가 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에 크고 작은 무늬를 남겼다는 사실일 것이다. 저자는 양복점 이발소 포목점 등이 국내에 처음 뿌리를 내릴 때 화교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그려낸다. 그러면서 인천이나 서울 대림동에 있는 차이나타운이 어떤 흥망성쇠의 역사를 거쳤는지도 들려준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화교가 겪은 차별의 역사는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갈 듯하다. 예컨대 1999년에 철폐되긴 했지만 화교는 오랫동안 상업용 토지를 165㎡(50평) 이상 소유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중국집을 크게 짓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중국으로 건너가 농사를 짓던 조선인이 중국 관헌에 목숨을 잃었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조선 사회엔 화교를 향한 분노가 들불처럼 번졌는데, 결국엔 약 200명의 화교가 조선인에게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렇듯 ‘화교가 없는 나라’는 많은 이들이 몰랐던 사건을, 혹은 대다수가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들을 끄집어내 한국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요리사 박찬일은 추천사를 통해 “화교 문제에 대한 가장 건실하고 의미 있는 저작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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