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가을은 이번에도 잔인했다. 커쇼의 뒤를 이을 류현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커쇼는 24일(한국시간)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18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다. 다저스가 4대 8로 패하며 커쇼는 패전투수가 됐다.
불안 요소는 경기 전부터 감지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 21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7차전에서 5-1로 앞선 9회말 커쇼를 기용해 15구를 던지게 했다. 많은 투구는 아니었지만 3일 뒤 선발이 유력한 에이스에게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날 커쇼의 직구 구속은 예전만 못했고 슬라이더의 각은 밋밋했다. 1회말부터 선두 무키 베츠와 2번 앤드류 베닌텐디에게 잇따라 안타를 내줘 첫 실점했고 4번 J.D. 마르니네스에게도 통타 당하며 0-2로 끌려갔다.
커쇼는 타선이 동점을 만들 때마다 점수를 내주며 팀의 추격 의지를 스스로 꺾었다. 다저스가 맷 캠프의 홈런 등으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3회말 마르티네즈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다저스가 3-3 동점을 만든 5회말에는 베츠와 베닌텐디에게 연속 출루를 허용한 뒤 무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라이언 매드슨이 승계주자를 모두 홈으로 들여보내며 커쇼의 자책점은 5점이 됐다.
7회초 매니 마차도의 희생플라이로 4-5까지 추격했지만 7회말 알렉스 우드가 대타 에두아르도 누네즈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승부가 기울었다.
25일 2차전에 나서는 다저스의 선발은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지난 NLCS 2번의 등판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평균자책점 8.59를 기록하며 ‘원정 약세’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빅게임 피처’가 아닌 ‘홈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상대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경기당 평균 6점 이상을 낼 정도로 무시무시한 화력을 갖추고 있어 1패를 안고 원정경기에 임하는 류현진의 부담감은 상당할 전망이다.
다만 류현진은 야구지능이 뛰어나 슬럼프가 길지 않은 투수라는 점은 기대가 된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을 하기 이전인 2013년과 2014년 3경기 연속으로 5이닝 미만으로 강판된 적이 없다. 부활에 성공한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보스턴 선발은 데이빗 프라이스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